임동원(林東源) 청와대 특보가 이달 초 평양을 다녀와서 북한이 미국의 잭 프리처드(Pritchard) 대북협상담당 대사의 방북을 환영한다고 전한 뒤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미·북 대화가 재개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직접 대화 여부를 통고한 바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이 과연 대화 준비가 돼 있느냐는 의심을 짙게 깔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대화분위기 조성 문제’를 거론하며 미·북 대화가 시기상조임을 암시했다. 북한은 이후 민주조선·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기관지를 총동원, “미국은 대북 적대감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원칙을 양보하면서까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탐탁지 않은 듯한 입장을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정부에 대해 은근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달 초 임 특사의 방북 이후 서울에서부터 곧 미·북 대화가 성사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데 대해 곤혹스런 태도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마치 한국이 실상과 달리 앞질러 미·북 대화의 낙관적 전망을 이끌어가는 듯한 모습에 불쾌감도 작용했다고 한다.

급기야 북한 중앙방송은 29일 “남조선 외교통상장관이 미국에 가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추어들고(거들고) 마치 그 결과로 북남관계에 새로운 진전이 있게 된 것처럼 악담질을 했다”면서 “참을 수 없는 사대굴종 행위”라고 비난했다.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달 중순 방미 중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공책이 먹혀들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것을 꼬투리 삼은 것이다.

‘중매’를 잘못서면 뺨을 얻어맞기 쉽다는 말이 있다. 한국 정부가 미·북을 중매하려면 보다 점잖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朱庸中·워싱턴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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