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취임 한 달이 되는 14일, 장관실에서 조선일보 김창기(김창기) 정치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외교정책 전반에 관해 소견을 밝혔다. 다음은 문답 요지.

/대담 : 김창기 정치부장



―외교부가 개혁돼야 한다는 소리가 여권 핵심부와 행정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장관은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조직과 인원 운영에 관해 부분적 수정이 아니라 기본적 틀을 바꾸고자 한다. 유능한 외교관들이 인사를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관심 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게 하겠다. 외교관 각자의 근무내용을 자료로 축적해서 10년마다 심사하고, 자격이 안되면 퇴출도 시키겠다. ”

―외교관의 전문성 확보라는 목표와 오지(오지) 순환근무라는 관행은 서로 모순되는데, 어떻게 정리하겠는가.

“선진국과 오지 순환근무는 불평 무마 방식이었을 뿐, 전문성 확보와는 무관했다. 앞으로는 지역별 또는 업무분야별 전문성 확보에 중점을 두겠다. ”

―이장춘(이장춘) 대사 징계 문제는?

“옳은 주장도 있지만, 방식엔 문제도 있었다. 그렇다고 꼭 엄히 단죄할 것인지도 문제다. 장관에게 다 맡겨달라고 요로에 말했다. ”

―최근 이탈리아와 북한 수교에 이어 필리핀, 호주(호주) 등도 수교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는 다른 나라의 대북(대북) 수교를 적극 권장하는데, 이런 것들이 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지금 정부의 입장은, 통일이 곧 된다고 보기보다 통일에 필요한 여건을 구비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북한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

―최근 러시아와 북한은 과거의 긴밀했던 관계를 거의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우리와 러시아의 관계는 더욱 소원(소원)해지는 느낌인데.

“큰 틀 속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러시아와 북한은 정치이념적으로 동질성이 없어졌으므로 과거 같은 동맹관계의 복원 우려는 기우(기우)다. 러시아로서도 북한이 계속 말썽꾼으로 남아있다면 골치아픈 일 아니겠는가. ”

―4자회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종전보다 덜 적극적인 것 같다.

“북한이 4자회담에 소극적이면서 미-북 고위급 회담을 우선시하고 있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세 채널에서 다루려 한다. 한반도 문제의 기본은 당사자 해결 원칙이고,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문제는 4자회담에서 다루고, 그 외곽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동북아 평화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동북아 협의체는 구상단계일 뿐이고, 북한은 남북대화도 외면하고, 4자회담에도 소극적이면서 미국과의 대화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우리마저도 북한의 움직임을 방조하는 것 같아서 한 말이다.

“북한이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페리 구상으로 가자는 것 아닌가. 페리 방안에 따라 당장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중지했다. 남북관계도 금방 속력이 나지는 않지만 결국은 개선되는 쪽으로 나갈 것이다. ”

―올해 미국 대선에서 만일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기본적으로 공화당 행정부라 해도 한반도 정책의 골격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공화당도 페리 보고서를 지지하고 있고, KEDO 예산도 다 통과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은 올해 대선 국면에서 보호무역주의적 경향의 심화가 우려되는데, 대책은.

“통상(통상)은 문제가 생긴 후가 아니라 미리 우리측 사정을 상대국에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 경제전문가로 ‘순회대사’ 같은 것으로 임명해서 연중 외국을 돌아다니며 우리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 또 각지의 총영사관들도 기능을 바꿔서, 지금까지 도외시해왔던 통상문제를 적극 다루도록 하겠다. ”

―탈북자에 대해 최근 러시아측은 ‘한국이 진정 탈북자를 다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과연 어떤 입장인가.

“북한에서 배고파 살 수 없다고 나온 탈북자들은 우리가 다 받는다는 원칙은 확고하다. 다만, 제3국을 거쳐 오기 때문에 일이 어렵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도 연관이 있다. 문제는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자 숫자가 전보다 많아지도록 노력하겠다. ” /정리=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사진=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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