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삐라금지법 만들겠다"더니
통신선 끊자 하루 만에 "현행법 가능"
윤상현 "여태껏 방치한 文정부 고발해야"

지난 20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윤상현 의원(4선)이 10일 통일부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소도 웃길 수 있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 "(통일부가) 탈북단체를 고발한 보복 조치의 이유가 '대북반출 승인 규정 위반'이다. 그러면 여태껏 대북전단 위법 행위를 고발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는 누가 고발해야 하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정부에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을 만들라고 요구하자 통일부가 4시간에 대북전단 금지 법률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며 "참담함과 굴욕이 하늘을 가린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의원은 이어 "대북전단이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이뤄져 왔다고 담화문에 적은 김여정의 잘못은 누가 바로잡아줘야 하나"며 "소도 웃길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여정도 대북전단이 법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했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남북 통신 연락선을 모두 폐기한 지 하루만인 이날 오전 대북전단, 페트병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대표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을 이유로 고발했다. 또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를 '승인을 받지 않은 물품의 대북반출'이라고 문제 삼지는 않아 왔다. 현행법에 대한 해석을 이번에 달리 한 것이다. 대북전단을 남북 관계의 현안으로 만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도 지난 4일 담화문에서 우리 정부에 "법이라도 만들어 막으라"고 요구했다.

통일부는 김여정 담화 발표 4시간만에 오전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기 위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9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끊는 강수를 두자 통일부가 나서서 '현행법으로도 제한할 수 있다'며 두 탈북민 단체 대표를 고발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사정 변경이 좀 있었다"면서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한다고 합의한 점, 대북전단 살포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된다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다는 2016년 대법원 판단을 언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여 대변인은 이날 "정책은 정세를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저자세니 고자세니 하는 감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소도 웃겠다'는 표현은 북한에서 유래했다. 북한은 지난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어이없어 하늘 보고 크게 웃음)할 노릇"이라고 해 논란이 됐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남북 한강하구 공동 이용 합의 이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류리 포구 등 김포시 한강하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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