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간 모든 통신선 통화 안 돼"
김여정·김영철 "단계별 대적사업계획 심의"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넘어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이 9일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안을 포함한 남북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힌 지 3시간만에 북한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상선 공용망 등 남북간 통신연락 채널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통신 채널이 복구된 지 2년 만이다.
 
2018년 4월 20일 남북 정상 간 직통전화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됐다. /청와대 제공

북한은 이날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북한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공식적으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20년 만이다. '대적사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북한이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더 나아가 우리측에 대한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북측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통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판문점 채널 차단' 여부에 대해선 "간단히 말하면 남북간 모든 통신선이 오늘 연락사무소와 마찬가지로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아마 판문점 라인은 살아 있을 것이다. 급한 일이 있으면 판문점을 통한 전통문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가능성도 사라진 셈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9시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한 전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또 양측 함정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 전화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남측이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하는 통로로 이용된다. 지난해 11월 서해 창린도 해안포 사격과 올해 5월 GP 총격 관련, 군 통신선을 통해 대북전통문을 보낸 바 있다.

또 청와대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직통 전화가 설치돼 있다. 이 전화는 2018년 4월 20일 개통됐다. 당시 청와대는 설치 완료 직후 4분19초 동안 북측과 시험 통화를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시험통화 이후 직통 전화를 이용한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힌 적은 없다.

앞서 통일전선부는 금요일이었던 지난 5일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시라며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결단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인 지난 8일 오전 9시 북한이 남북 연락사무소 연락을 받지 않았다가 오후 5시 연락이 재개되자 "연락사무소 폐쇄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대남사업부서들의 사업총화회의에서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 지시를 내렸다. 통신은 김여정·김영철이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여정은 지난 4일 담화에서 "만약 남조선 당국이 이번에 자기 동네에서 동족을 향한 악의에 찬 잡음이 나온 데 대하여 응분의 조처를 따라 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쓸모 없이 버림받고 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 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 공동 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단계별 대적사업'으로 개성공단 완전 철거나 9·19남북 군사합의 파기에도 착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전부는 지난 5일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제목의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8년 4월 27일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오른쪽은 김여정 당 제1부부장. /한국공동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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