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간 내치·외치 역할 나눈 듯
 

북한 관영 매체들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전날 소집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인민 생활 향상'과 관련된 문제들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담화로 촉발된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가 연일 북 매체들을 도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은 노동당 사업과 민생 경제 등 내치를 담당하고 김여정은 대남·대외 사업을 전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담화에서 김여정에 대해 "대남 사업을 총괄한다"고 했다. 김여정은 지난 3월에도 청와대 비난 담화를 발표하면서 '대남 사업 관여설'이 돌았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김여정의 업무 영역에는 대미 사업도 포함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이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 방역 지원 의사를 전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는 게 이 같은 분석의 근거다. 김여정이 이번 담화에서 폐기·철거하겠다고 예고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은 대북 제재와도 관련이 있어 '넓은 의미의 대미 이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 변화는 작년 김정은의 두 차례 '백두산 등정'에 동행한 뒤로 두드러졌다. 당 제1부부장이던 김여정은 지난 연말 열린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당 제1부부장에 또다시 임명된 데 이어 지난 4월 정치국 회의를 통해 1년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당 선전선동부에서 노동당의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로 영전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소속이 맞는다면 이는 김정일이 후계자 시절 조직지도부장을 맡아 대남 공작을 주도한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북한은 해외에서 일본인 등 외국인 납치,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1974년), 아웅산테러(1983년), KAL기 폭파사건(1987년) 등을 감행했다.

일각에선 김여정이 청와대 비서실 격인 '김정은 서기실'에서 당과 군부의 대남정책을 총괄 조율할 것으로 분석한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과거 북한에서 '삐라'에 대응하던 조직은 군부"라며 "김여정의 대남 사업은 당과 군부를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02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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