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총회(WHA)
北 "김정은 리더십, 확진자 한 명도 없어"
美 겨냥 "中 코로나 책임론은 무책임"
정부는 방역협력 제재 대상 아니라는데…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자국 내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여전히 주장하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을 막기 위해선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보건의료분야 대북 지원에 제재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내나라는 4월 20일 각급 대학과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등교길 교문에서 체온 측정을 받고 있는 북한 학생들의 모습. /내나라 홈페이지 캡처

북한은 지난 18~19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석했다. WHA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WHO 회원국인 북한은 WHA에 참석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은 회의에서 발언은 하지 않았고, 서면으로 입장을 제출했다. 입장문은 WHO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북한은 입장문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단 한 건의 코로나 확진도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고, 그 공(功)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무상 의료체계' 등에 돌렸다. 북한은 이어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면 국가 간 강력한 연대와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일방적인 경제·금융·무역 제한, 유엔 헌장과 기타 국제법을 부정하는 반인도적 제재, 지원과 관련한 모든 종류의 차별과 정치화"를 끝내라고 촉구했다.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코로나 재앙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일부 국가들의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WHO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WHO와 한 회원국에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WHO·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미국을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코로나 사태 방역 협력과 대북제재는 무관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남북 방역협력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에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의료분야 지원에 대해선 국제사회와 미국도 제재가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상돼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 WHO와 국제적십자사가 유전자증폭검사(PCR) 진단장비 지원을 위해 제재 면제를 신청했을 때 24시간만에 면제 결정이 내려진 사례도 소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 2주년 메시지를 통해 남북이 코로나 공동 대응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에 대해 "이는 인도주의적 사안이기 때문에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 민간단체가 지원한 1억원어치의 손소독제가 최근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 지난달 21일 민간단체가 반출 승인을 받은 코로나 관련 2억원어치 방호복도 곧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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