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내 선전용 매체인 노동신문에도 실어
GP 총격사건엔 닷새째 '침묵'
국방부 "9·19 군사합의 위반 아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0일 김정은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8일 한국 공·해군의 최근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면서 "군사 대결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국방부는 합동방어훈련이 남북군사합의서에 명시된 해상 적대행위 중지 해역이 아닌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이뤄져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한 인민무력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담화를 내고 "남쪽군부호전광들이 자행한 이러한 망동짓은 쩍하면 우리더러 조선반도의 긴장완화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중단이요, 강한 유감이요 자동응답기같은 말만 외우군 하던 자기 상전도 이제는 더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게 하는 군사적대결의 극치"라고 했다.

북한이 언급한 '망동짓'은 우리 공군공중전투사령부(공중전투사)와 해군2함대이 지난 6일 북한의 서북도서 기습 도발에 대비해 실시한 합동 방어훈련을 뜻한다. 이날 훈련에는 공군 주요 전력인 F-15K, KF-16, F-4E, FA-50 항공기 20여대와 2함대 고속정 등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은 이어 "모든 것이 2018년 북남(남북) 수뇌회담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번 합동연습은 지난시기 북남 쌍방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였던 조선 서해 최대 열점 지역(서해 북방한계선 지칭)의 공중과 해상에서 감행됐다"고 했다. 또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특히 서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 데 대해 온 민족 앞에 확약한 북남(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역행이고 노골적인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더욱이 엄중한 것은 남조선 군부가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고 이러한 군사연습을 벌려놓았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절대로 스쳐 지날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며 반드시 우리가 필요한 반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담화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각 제대별 훈련을 정상적으로 실시 중"이라며 "합동훈련은 군사합의를 준수한 가운데 군산 서방 해상에서 실시됐다"고 밝혔다. 군사합의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도록 명시했다. 군산 인근은 군사합의에 따라 훈련이 금지된 해역이 아니다.

이날 담화는 지난 3일 북한군의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한국군 GP(감시초소) 총격사건이 일어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한국 정부와 군 당국은 이번 사안이 '우발적'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전통문을 통해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 북측은 이에 대해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용 관영매체 노동신문에 실린 것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북한은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남 비난 담화를 종종 발표했지만, 대내용 매체에서는 자제해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담화가 노동신문에 실리는 것은 조금은 이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장 제1부부장 명의로 청와대를 비난했던 지난 3월 3일 담화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됐고, 대내용 매체인 실리지 않았다. 당시 김여정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다 구체적이고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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