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방과 건강상태를 놓고 며칠째 온갖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면서 북한 정권을 받드는 엘리트들이 모여사는 평양에서도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3월 평양 시내의 거리 모습. /AP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평양에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해당 기사를 작성한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은 평양에서는 헬리콥터들이 저공비행 중이며, 북한 내 열차와 중국 국경 밖 열차 운행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평양 주민들은 세제와 쌀, 술, 전자제품 등 모든 것을 사재기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수입품 위주로 사들이다가 며칠 전부터는 생선 통조림과 담배 등 자국 생산 제품도 사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오랫동안 북한을 취재해온 현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파이필드 지국장은 그러나 그간 북한 지도자의 사망설이 가짜로 밝혀진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던 것을 돌아보며 북한이 발표하거나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김 위원장의 상태를 알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떠도는 루머에서는 김 위원장이 심장과 관련해 어떤 수술을 받았다는 점만큼은 확고히 자리잡고 있어 여느 때와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고 했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뭔가 잘못됐다"는 추측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필드 지국장은 "집권 9년째를 맞은 그가 어느 정도 자신감 속에서 자신만의 행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씨 백두혈통'이 3대째 다스려온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했을 경우 그 파장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파이필드는 지적하면서 확실한 남자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일하게 확실한 후보이지만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약점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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