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트럼프의 친분 강조하며 "트럼프가 방역 지원할 뜻 전해와… 공정성·균형 보장돼야 美北대화"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 거듭 주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담화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 방역 지원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빠와 함께 대남 타격용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지켜본 지 약 20시간 만이었다. 미·북 모두 코로나 악재로 내부가 어수선한 가운데 외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친서 대화'를 가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군 서부전선 부대들의 포사격 경기가 벌어진 20일 서해안 일대에서 방사포(다연장로켓) 포탄들이 불을 뿜으며 날아가고 있다.
북한군 포사격 대회 - 북한군 서부전선 부대들의 포사격 경기가 벌어진 20일 서해안 일대에서 방사포(다연장로켓) 포탄들이 불을 뿜으며 날아가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여정은 이날 새벽 2시 40분쯤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코로나 방역) 노력에 감동을 피력하면서 비루스(바이러스) 방역 부문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북한과 이란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로 이 같은 뜻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담화 곳곳에서 미·북 정상 간 개인적 친분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 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며 정상 간 친분과 미·북 관계 발전은 별개임을 누차 강조했다. 작년부터 종용해온 미측의 '태도 변화'를 재차 주문한 것이다. 이어 "(북·미 간에)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의 군사 도발을 자위적 차원의 일상 훈련으로 인정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미·북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고,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했다. 북핵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방역을 지렛대 삼아 대화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 무력 도발을 한 북한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전 평안북도 선천군에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21일 오전 평안북도 선천군에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이동식발사차량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트럼프 친서' 공개 직전 김정은은 서해안 일대에서 연이틀 군사 행보를 이어갔다. 20일엔 인민군 서부전선 부대들의 포사격 경기를 지도했고, 21일 오전 6~7시에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참관했다. 21일 발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김여정의 담화는 약 20시간 뒤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백두혈통 남매의 가족 정치가 본격 가동되며 군사행동과 대외 메시지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동식발사차량(TEL)과 발사체 외관 등이 지난해 8월 두 차례 발사된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전술 지대지미사일)'와 같다. 북 언론들은 이 미사일을 '인민군 부대들에 인도되는'이라고 소개해 실전 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실전 배치 수순에 들어간 '북한판 이스칸데르'(최대 사거리 600㎞)와 함께 '북한판 에이태킴스'도 실전 배치를 앞두게 되면서 한·미 양국 군은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북 미사일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군 소식통은 "(북한판 에이태킴스는) '풀업(급상승) 기동' 등 요격 회피 기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들이 한·미 연합 전력의 요격망을 피해 평택·오산 주한미군 기지, F-35 스텔스기가 배치된 청주기지 등을 족집게처럼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침묵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공동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3/20200323002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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