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김정은 가족정치 가동" "文정부에 분노·경멸 표시한 것"
 

김여정

청와대는 4일 북한 김여정〈사진〉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전날 강도 높은 '청와대 비난 담화'를 내놓은 데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발언 배경 등을 살펴보되 당장 입장을 내지는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주변과 여권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비서실장 격으로 대남 메신저 역할을 해온 김여정의 표변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여정은 북한 최고위층 중에 우리 정부 인사들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꼽혔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김정은 특사로 방한, 2박3일간 문재인 대통령을 4차례 만난 것을 비롯해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과 교분을 나눴다. 김여정은 당시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다녀온 김여정에게 "추운 날씨에 밤늦게까지 고생 많으셨다"고 하자 김여정은 "대통령께서 마음을 많이 써주셔서 괜찮았다"고 했다. 임 실장이 주재한 환송 만찬에선 "하나 되는 그날을 앞당겨 평양에서 반가운 분들을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건배사를 했다.

김여정은 평창 이후 본격화한 남북, 미·북 대화 무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작년 '하노이 노딜'의 여파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사망하자 김정은의 조의문과 조화를 우리 측에 전달하기 위해 판문점에 내려오기도 했다.
 

文대통령, 공사 졸업식 참석… 北이 도입 비난한 F-35A 축하비행 - 우리 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4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신 F-35A 스텔스 전투기가 390도 공중 선회하는 멋진 축하 비행을 보았다”며 “글로벌호크 도입과 군 정찰위성 개발사업으로 감시 정찰 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F-35A 도입을 극렬 비난해왔다. 문 대통령 발언은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청와대 비난 다음 날 나왔다.
文대통령, 공사 졸업식 참석… 北이 도입 비난한 F-35A 축하비행 - 우리 군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가 4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최신 F-35A 스텔스 전투기가 390도 공중 선회하는 멋진 축하 비행을 보았다”며 “글로벌호크 도입과 군 정찰위성 개발사업으로 감시 정찰 자산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F-35A 도입을 극렬 비난해왔다. 문 대통령 발언은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청와대 비난 다음 날 나왔다. /연합뉴스

그런 김여정이 우리 정부를 겨냥해 "저능한 사고방식" "완벽한 바보" "겁먹은 개" 등 악담을 퍼부은 데 대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 직무대행은 이날 "따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좀 더 시간을 갖고 분석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전날 통일부는 남북 보건 협력과 북한 개별 관광 등을 골자로 하는 '2020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고 밝힌 상태였다.

이례적인 김여정 담화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경제 모두 궁지에 몰린 김정은의 '가족 정치'가 가동됐다"고 했다. 김정은은 사실상 유폐 상태였던 고모 김경희를 신년 축하 공연에 불러냈고, 지난해 연말부터 전 주민에게 백두산 등정을 독려하는 등 '백두 혈통'을 강조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여정이 대남 및 외교 업무 전반에서 국정 2인자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을 넘어 좌절감과 분노, 경멸을 고스란히 표시한 것"이라며 "후속 도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분리 대응한 것을 두고 "북한이 남북 관계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5/20200305001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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