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대사, 외신 간담회서 '일본계' 상기하는 비난 발언에 불쾌감 토로
 
한 시민이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비난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댜./연합뉴스
한 시민이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비난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댜./연합뉴스

청와대가 17일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할 때 미국 행정부와 협의해야 한다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발언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해리스 대사 발언을 비판하면서 "조선 총독이냐"라는 말도 했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남북 협력 추진에 나서려는 것에 미국이 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해리스 대사에게 불만을 폭발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미국과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 정부를 향해 "대미 굴종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해온 북한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3일 '분노를 자아내는 현지 총독의 날강도적 행위'라는 제목의 글에서 해리스 대사를 '총독'에 비유해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 글에서 "남조선 주재 미국대사라는 것은 남조선을 예속의 올가미에 얽어매 놓고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의 이익에 철저히 복종하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실상의 현지 총독"이라고 했다.

우리민족끼리는 해리스 대사가 지난 9월 23일 여야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 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발언한 것도 문제 삼았다. 우리민족끼리는 "해리스의 발언은 남조선을 한갓 식민지로, 남조선 당국을 저들의 하수인으로밖에 보지 않는 미국의 오만무례한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러한 미국이 무서워 남조선 당국은 북남선언 이행에 한 걸음도 내 짚지 못하는가 하면 큰소리쳤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도 연장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조선총독'이란 표현에 상당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신이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과 콧수염을 기르는 게 비난 대상이 되는 데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토로한다. 해리스 대사는 전날 외신 간담회에서 자신의 콧수염과 관련해 "군 생활을 마친 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원했다. 하지만 키가 더 클 수도 없었고, 머리카락을 더 기를 수도 없었다. 다만 머리 앞의 콧수염은 기를 수 있어서 그렇게 했다"며 "(콧수염을 기르는 걸로 비난하는) 그것보다 더 사악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셜 미디어 상에선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나를 비판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일본계라서 콧수염을 기르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한국의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콧수염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내가 태어나면서 생긴 일(일본계) 때문에 그러한 역사를 내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7/20200117028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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