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재개 위한 美의 先조치 요구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친분은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며, "이제 다시 우리가 미국에 속히워(속아) 지난 시기처럼 시간을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 간의 친분을 기초로 한 미·북 협상 재개는 없다고 공표한 것이다. 북한이 작년 말부터 예고한 강경 노선을 계속 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계관은 이날 담화에서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 통로가 따로 있다"며 "생일 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축하하며 보낸 친서를 접수했다는 뜻이다. 외교 소식통은 "유엔 대표부가 있는 뉴욕 채널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재작년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양국 정보 당국 간의 채널이나 제3의 고위급 채널이 비공개로 가동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채널이 '상황 관리'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계관은 담화에서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 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유엔 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 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남(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작년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처럼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가 함께 논의되는 식의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계관은 "조미(북·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 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며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작년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이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먼저 해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담화도 그 연장 선상에서 미국의 선(先)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은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담화를 마무리했다. 직접적 도발 위협은 아니지만, 작년 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강경 노선을 계속 가겠다는 뜻이다. 당시 김정은은 전원 회의 보고에서 '새로운 전략 무기'와 '충격적 실제 행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친서 교환이나 정상 간의 친분으로는 이미 결정한 도발 노선을 바꿀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3/20200113001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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