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신년사서 '자력갱생' 강조한 金, 올해엔 '대풍'이라며 선전
국제기구 "北 식량난 최근 10년내 최악" 전망과 배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부터 나흘동안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지난 한해 북한의 농작물 생산이 '최고 수확연도를 돌파하는 전례없는 대풍(大豊)'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들이 북한의 식량 상황이 '최악'이라고 평가한 것과 대조된다.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분야 성과와 관련해 "불리한 기상기후가 계속된 조건에서도 올해 농사에서 최고수확년도를 돌파하는 전례없는 대풍이 마련됐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들이 지난 1일 보도했다. 최근 몇년간 수해와 가뭄으로 인해 농업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국제기구 평가와는 상반된 발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식량 작황이 국제사회에 잘못 알려졌거나, 김정은이 경제 성과를 선전하기 위해 허풍을 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FAO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의 2019년 작물 생산량이 지난 5년 평균에 못 미칠 것이라면서, 북한을 식량부족 국가에 포함시켰다. FAO는 WFP와 함께 지난해 5월 발간한 공동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지난 10년 사이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 농업 모니터링 그룹도 ‘조기경보 작황 모니터’ 2019년 12월 호에서, 북한의 2019년 곡물 수확량이 평균 이하라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도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9년 북한의 쌀 생산량을 136만t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0년 기록 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국제사회의 평가에 기초해 지난해 북한에 쌀 5만t을 지원하려 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김정은의 '대풍' 자랑이 허세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2016년 신년사에서 "더이상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 자력갱생과 경제 주요 부문 성과를 강조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와 식량 사정이 더 나아지지 않았다고 자신의 입으로 인정할 경우 대내 결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전례없는 대풍'이라고 말한 것이란 해석이다.

물론 국제기구의 평가만큼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지난해 5월 라디오방송에서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이제 배급제보다는 장마당을 통해 식량이 공급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식량 단위가격이) 작년 5000원선에서 요즘 4000원선으로 내려왔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가격 하락은 공급 증가 때문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가격 지표를 봤을때 인도주의 차원에서 (식량) 지원을 해야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3/20200103014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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