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대신 '전원회의 보도' 통해 "美와의 약속 얽매이지 않겠다" 밝혀
'미국의 태도' 조건으로 제시하며 대화 가능성 여지 두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인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 공약에 얽매이지 않겠다'면서 2018년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선언한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유예)'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김정은은 또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신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정은이 신년사 대신 지난달 28~31일까지 나흘간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석상에서 한 발언을 통해서다. 김정은의 이런 언급은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하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을 대결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그러면서도 이같은 군사 노선의 전제로 '미국이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또 김정은은 당초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지난 연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군사적 도발을 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맞서 정면돌파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협상의 불씨를 살릴 가능성은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핵실험 중단 공약에 매일 근거 없다"…모라토리엄 폐기 선언

김정은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동안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우리 제도를 압살 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러한 조건에서, 지켜주는 대방(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우리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미국의 약속 불이행으로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근거가 사라진 만큼 다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이어 "세상은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신형 전략무기를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 대화를 불순한 목적실현에 악용하는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의 이런 언급은 사실상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실험과 추가 ICBM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 약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다. 김은 같은 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영구 폐기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은 2018년 6월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나선지 1년반만에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했고, 비핵화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은 '새로운 전략무기'와 '정면돌파'라는 단어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미국과 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약속을 더이상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형 전략 무기를 공개하는 무력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美의 '압살정책' 이유로 들었지만 핵 불포기 의지 확인돼

김정은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파기의 이유로 두차례 정상회담에도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해제에 가시적인 조치를 보이지 않은 점을 들었다. 그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과 배치되는 요구를 내대고 강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조미 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띄게 됐다"며 "대화 타령을 하면서도 우리 공화국을 완전히 질식시키고 압살 하기 위한 도발적인 정치군사적, 경제적 흉계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 날강도 미국의 이중적 행태"라고 했다. 최근 미국이 실무 접촉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근간에 미국이 또다시 대화 재개 문제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지속적인 대화 타령을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이것은 애당초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관계를 개선하며 문제를 풀 용의가 있어서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김정은의 발언을 보면 애초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적잖다.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ICBM에 대해 "미국의 핵위협을 제압하고 우리의 장기적인 안전을 담보할수 있는 강력한 핵억제력"이라면서 "경상적(經常的)동원태세를 항시적으로 믿음직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드팀없는 국방 건설 목표"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자주권과 안전을 감히 범접할수 없도록 우리의 힘을 필요한만큼 키워 우리자신을 지키는 길만이 우리가 힘겨워도 중단없이 그리고 주저없이 걸어야 할 길"이라면서 "더 높이,더 빨리의 구호를 추켜들고 당의 국방건설로선을 충직하고 완벽하게 받들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에 재추대하면서 "(김정은이) 불패의 혁명 무력을 키우시고 우리 공화국을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寶劍)을 갖춘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전변시켜 전쟁의 위협을 종식시키신 것은 민족사에 특기할 불멸의 공적"이라고 했다. '핵'이란 구체적인 표현은 없었지만 '보검'이라는 단어를 통해 핵무기 개발을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포장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1/20200101009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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