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민군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정규군 대신 비정규 군사조직인 `노농적위대'를 참가시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이번 열병식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60회 생일(2.16)과 김일성 주석 90회 생일(4.15)에 이어 열린다는 점에서 대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 각 도(직할시) 노농적위대와 붉은청년근위대, 김일성군사종합대학과 김일성정치대학, 인민군 군사학교 학생 등 비정규 군사조직만 참가시켰으며 개인화기외 군사장비를 동원하지 않았다.

북측이 예년과 달리 규모를 축소하고, 비정규 군사조직 중심으로 열병식을 벌인 것은 북한 내부 사정과 대외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실장 백승주 박사는 '비정규 군사조직을 내세운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 사상을 내부적으로 재강조하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북한의 국내 정치와 연관지어 해석했다.

그는 '예비전력의 건재함을 드러내 전주민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 등 전쟁지속 능력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 및 북미 등 대외관계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고유환 교수(동국대)는 '북한이 정규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벌였다면 남한, 미국, 일본 등 주변국을 상당히 자극했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9.11테러 사태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세를 감안, 북한 내부에서 대규모 무력시위 자체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고 교수는 또 '북한이 오는 29일 개막되는 아리랑 공연의 목적을 `평화국가' 이미지 제고에 두고 있는 만큼 비정규군의 열병식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남측의 `주적' 개념 유지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정규군을 내세움으로써 북측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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