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만명 중 1만8000명만 송환… 유엔 대북제재 구멍 숭숭
5만명 체류 중국은 숫자 미공개… 학생·관광 비자로 제재 피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돈줄을 확실히 죌 수 있는 대북 제재 중 하나인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의 본국 송환 시한인 22일이 지났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에는 여전히 북한 노동자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나 현행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구멍(loophole)투성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22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규탄하는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며 '24개월 이내'에 유엔 회원국에서 '돈을 버는 모든 북한 국적자와 그들을 감시하는 북한 정부의 보안 감독 담당자'를 북한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북 제재로 국제 금융거래가 대부분 막힌 북한 정권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연간 2억~3억달러 외화 현금 수입을 올리고 그것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 국무부는 전 세계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를 10만명 정도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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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시한 전날, 베이징 北식당은 영업… 러시아의 北노동자 일부는 귀국 -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전 세계에 파견된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22일까지 북한으로 송환돼야 하지만 시한 하루를 앞둔 21일에도 중국 베이징의 한 북한 식당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왼쪽 사진). 다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등에서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노동자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오른쪽). /AFP 연합뉴스

그러나 20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이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중간 이행 보고서를 분석해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고된 북한 노동자 수는 2만6000여명으로 나타났다. 러시아(1만8000여명)와 카타르(2400여명) 등은 송환한 북한 노동자 숫자를 밝혔지만, 북한 노동자가 5만명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여전히 북한 노동자 수만명이 해외 체류 중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지역과 업종에 따라 200~3000달러 정도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80~90%는 충성자금·세금·보험료·숙식비 등의 명목으로 북한 당국에 상납해야 하고, 이 돈은 고스란히 김정은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간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러시아에서 분단을 만났습니다: 충성의 외화벌이라 불리는 북한 노동자'라는 책에서 이들의 실태를 알렸다. 합숙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은 건설 공사장에 마련된 숙소에서 감금 생활을 하며 월급 대부분을 착복당한다. 개별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은 매달 약 1000달러를 관리자에게 상납해야 한다고 한다. 4년 만에 북한으로 귀국하는 노동자 손에 남은 것은 고작 50달러였다는 일화도 나온다. 미국은 이런 노동자 파견에 '인권침해' 요소도 있다고 보고 제재를 주장해 왔다.

북한 정권은 노동자 송환에 큰 반감을 보이며,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선 이를 포함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의 해제를 요구했다. 외교 소식통은 "노동자를 모두 송환하면 정권 유지에 필수인 '외화 현금'이 끊기는 데다, 해외 경험을 한 노동자들이 귀국하면 사회 불안 요인이 되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 인근 북한 식당인 '평양은반관'에선 북한 여성 대여섯명이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앞서 전화를 걸어 중국어로 "다음 주 예약할 수 있느냐"고 했을 때 식당 측은 "정상 영업한다"고 밝혔다. 본지가 유엔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이 2019년 보고서에 '북·중 합작 법인'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중국 내 북한 식당·호텔 35곳을 포함해 총 37곳에 전화를 걸어 다음 주 예약이 가능한지 조사한 결과, 전화 통화가 된 12곳 가운데 11곳이 "다음 주도 정상 영업한다"고 답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 지역의 북한 노동자 300인 이상 근무하는 공장들도 최소 4곳 이상이 정상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함께 벌목공 등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이(약 3만명) 파견돼 있던 러시아도 편법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최근 러시아 내무부 자료를 인용해 2017년 1~9월 북한인 1326명에게 관광비자가 발급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약 10배인 1만2834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또 2017년 1~9월 북한인 162명에게 학생비자가 발급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7162명으로 약 44배로 늘었다고 했다. 강동완 교수도 저서에서 관광·교육 목적으로 3개월 비자를 받아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많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3/20191223001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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