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분 안에 평양 때릴 ICBM 시험 경고

미국은 11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그동안 묵인해 왔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까지 거론하며 강한 '경고장'을 보냈다. 도발할 경우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뜻도 비쳤다. 다만 미국은 "(협상에서)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며 북한의 대화 복귀도 촉구했다. 미군은 안보리 회의 직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인근에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해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날강도적 본성"이라며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또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결심을 내리게 했다"며 이달 하순 소집되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발사 유예) 약속을 뒤집는 등의 대미 초강경 노선이 공식 채택될 것임을 시사했다.
 

미 공군은 이날 항공고시보를 통해 반덴버그 기지에서 태평양 방향으로 1000㎞가량을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이 기지에선 올해 5~10월 사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미니트맨 3의 시험 발사가 수차례 진행됐다. 미 본토에서 발사되면 30분 내에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전문가들은 미군이 ICBM이나 ICBM 요격, 또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스(J-STARS)와 리벳 조인트(RC-135W)가 12일 한반도 상공에 투입됐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동향과 미사일 도발을 감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은 향후 수주 내에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해 왔으며, 심각한 도발 재개를 암시하는 발표를 해왔다"며 "이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나 핵무기로 미 대륙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공유된 목표에 심각히 반대되는 것"이라며 "미사일 및 핵실험은 북한에 안보·안정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추구하는 경제적 기회를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이런 행동은 미래를 향한 더 나은 길을 찾는 기회의 문을 닫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 "올해만 탄도미사일을 20여발 발사했다"며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상관없이 역내 안보와 안정을 저해하며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적대와 위협을 멀리하고 대신 우리 모두와 대화하기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다만 "우리가 어떤 조처를 하기 전에 북한에 모든 것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우리는 합의를 향한 여러 조치를 동시에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했다. 안보리 회의에 앞서 미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유엔 안보리 이사 15국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비건 대표는 회동에서 안보리가 단합된 모습으로 대북 정책을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대북 단일 대오를 위한 일종의 사전 정지 작업을 한 셈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회의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오후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의 안보리 소집에 대해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우리가)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