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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탈북 母子’ 넉달 만에 무연고 장례... 탈북민 "날치기 장례 인정 못해"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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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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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모자, 7월 관악구 봉천동서 숨진 채 발견 넉달만에 영결식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공간 작아 같은 칸에 모시지 못했다"
탈북민 단체 ‘날치기 장례’ 반발…"탈북민장으로 다시 치르자"
 


"고인이 걸어온 외로운 길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오래 걸렸지만 이제 편히 가십시오.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 지난 7월 아사(餓死)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모자(母子)가 숨진 채 발견된 지 넉 달 만에 영결식이 치러졌다. 이들을 위한 추모공간으로 마련된 유족대기실 세 곳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들이 사망한 탈북민 모자를 기리기 위해 묵념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들이 사망한 탈북민 모자를 기리기 위해 묵념하고 있다. /이은영 기자

오후 2시쯤 고인을 떠나보내는 장례식이 시작됐다.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 남북하나재단 직원 10명 정도가 서자, 장례식장으로 마련된 방이 가득 찼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무연고자의 상주(喪主)는 지방자치단체체장이 맡게 돼 있으나, 협의 끝에 김용 남북하나재단 생활지원팀장이 상주를 맡았다.

김 팀장은 "1년에 다섯번 정도 탈북민 장례를 치르기 위해 승화원에 온다"며 "모자가 함께 숨진 일은 처음이어서 무슨 일인가 싶었다"이라고 했다. 그는 향을 피우고 술잔을 돌린 뒤 식사를 올리고 두 번 절을 올렸다. 이어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봉사단체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염하며 고인을 기렸다. 고요한 승화원에서 "나무아미타불" 소리만 울렸다.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 인근 추모공원에 탈북민 모자의 납골함이 안치돼 있다. /이은영 기자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 인근 추모공원에 탈북민 모자의 납골함이 안치돼 있다. /이은영 기자
탈북민 단체들도 넉 달 가까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 분향소를 차리고 이들 모자를 추모해왔지만, 정부의 ‘날치기 장례’라며 반발해 삼일장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그래도 가시는 길에 많은 분이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고 죄송스럽다"고 했다.

탈북민 모자는 1시간가량 화장(火葬) 절차를 거쳐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모자의 납골함은 서로 다른 칸에 나란히 놓였다. 한 재단 관계자는 "같은 칸에 안치해 드리고 싶었는데, 공간이 협소해 그러지 못했다"며 "자식 있는 입장에서 참 안타깝다"고 했다. 이들의 납골함엔 꽃 한 다발만 달렸다.

지난 7월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이 숨진 채 발견된 지 121일 만에 장례를 마쳤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한씨의 집 냉장고 안은 텅 빈 채 고춧가루만 남아있었다. 아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모자 모두 ‘사인 불명’이라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모자는 영면(永眠)에 들어갔지만, 탈북민 단체와 통일부·남북하나재단 간의 갈등은 진행형이다. 한씨 모자의 아사 인정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지난 8월부터 광화문광장 인근에 분향소를 차렸던 탈북민 비상대책위원회는 "한씨 모자의 상주는 우리인데 무연고자 장례가 웬 말이냐"며 반발했다.

비대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남북하나재단 앞에서 ‘날치기 장례식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무연고자 장례는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는 경우에나 하는 것"이라며 "탈북민들을 상주로 세우고 ‘탈북민장(葬)’을 다시 치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28일 오전 고(故) 한씨 모자 사인규명 및 재발방지 비상대책위원회가 남북하나재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은영 기자
28일 오전 고(故) 한씨 모자 사인규명 및 재발방지 비상대책위원회가 남북하나재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은영 기자
이들은 "많은 조문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부고도 내고 일주일 동안 빈소를 함께 꾸리자고 해놓고 이렇게 졸속으로 장례를 진행하는 것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며 "통일부 장관을 끌어내리는 그날까지, 우리 손으로 세운 광화문 분향소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통일부와의 협상 과정을 거치며 ‘이들은 절대로 탈북자를 동행자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생각했다. 통일부와는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통일부는 탈북자 관련 공직에서 손을 떼고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라"고 했다.

이들을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날치기 장례’ 중단과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남북하나재단 총장은 즉각 사퇴하라" "문재인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은 물러나라" "탈북자들이 상주다" 등의 구호 외쳤다.

남북하나재단 측은 "너무 오랫동안 장례를 치르지 않는 것도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장례식을 진행했다"며 "탈북민 단체들과 다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8/20191128028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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