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감독 정성산, 北소식통 인용해 "주범은 김책항서 잡힌 1명
북송 2명은 가담은 했으나 주동자 아냐, 한국에 귀순하러 왔던 것"
국제사회 비판 확산… "고문당할텐데 돌려보낸건 국제법상 불법"
 

정성산 감독

정부가 지난 7일 나포한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과 관련, "이들이 선상 살인의 주범이 아닌데도 살인범 누명을 쓰고 북송됐다"는 주장이 13일 제기됐다. 미국의 인권감시기구인 휴먼라이트워치(HRW)는 12일(현지 시각) "한국 정부의 빠른 북송 조치는 유엔 국제고문방지 협약을 어긴(disregards)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강제 북송 2명 주범 아니야"

탈북민 출신으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 제작자인 정성산〈사진〉 감독은 13일 "두 명의 북한 선원은 사건에 가담은 했으나 주동자가 아니며 진짜 범인이 체포되자 한국으로 귀순하기 위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정 감독은 본지 통화에서 "지난 11월 7일 북한 나진에 다녀온 북한 사람과 조선족으로부터 들은 얘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 어민 2명의 선상 살인 가담 정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그들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서둘러 북송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탈북민 영화감독 정성산씨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
탈북민 영화감독 정성산씨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 /정성산 페이스북

정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내부 소식통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 사진을 올렸다.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북한 내부 소식통이란 인물은 "당시 배에 타고 있던 16명은 최소 6년에서 8년 이상 먼바다(러시아·일본 배타적경제수역)까지 목숨을 내대(놓)고 고기를 잡는 기골이 장대한 뱃사람들"이라며 "강제 북송된 22살, 23살 두 명은 영양실조와 병에 걸려 인민군대도 못 간 초보 수준의 어로공(어부)들"이라고 했다. 이어 "비실거리는 아이들이 16명을 죽였다니 남조선 애들이 작간한기오(간계를 꾸민 거요)"라며 "들어보니 22살, 23살 그치들은 남조선으로 귀순하러 간 것"이라고 했다. 주범은 지난달 살인을 저지른 직후 북한 김책항으로 돌아갔다 잡힌 사람이라는 얘기였다.

◇"한국 북송 조치는 국제법상 불법"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변호사모임'(한변) 등 국내 인권단체 2곳은 지난 11일 유엔에 긴급청원서를 제출했다. 한변 대표인 김태훈 변호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두 단체 공동 명의로 유엔의 북한 인권, 고문, 처형 담당 등 3명의 특별보고관에게 긴급 청원서를 제출했다"며 "하루 만에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으로부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킨타나 보고관이 접촉 대상으로 언급한 '해당 정부'가 한국인지 북한인지에 대해서는 "유엔 규정에 따라 60일 동안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해당 정부'는 남북한 당국 모두를 지칭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태훈 변호사는 "유엔이 대한민국 정부에는 이번 조치에 우려를 표명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면서, 북한 정부에는 북송된 선원들의 처형 중지 및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휴먼라이트워치는 한국 정부의 추방 조치가 북한 어민 2명을 "학대 가능성(likely abuse)"에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북한의 사법 체계는 극도로 잔인하며(extremely brutal) 고문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돌려보낸 것은 국제법상 불법(illegal)"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4/20191114002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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