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노동자 불법취업 눈감아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무력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못 박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귀환 시한(12월 22일)을 한 달여 앞두고 중국·러시아에서 안보리 결의를 우회할 수 있는 각종 '편법 고용'이 판을 치는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가 대외적으론 북한 근로자의 '완전 철수'를 약속하면서도 뒤에서는 북한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중 접경 지역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중국 단둥(丹東)에 합영수산물 직판장을 운영하는 북한 대외경제성 소속 A무역회사의 경우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노동자들을 보내 근무시킨 뒤 교대하는 수법으로 대북 제재를 회피한다"며 "북 노동자들은 취업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근무한다"고 했다. 관광비자로 중국에 들어간 북한 노동자들은 한 차례 비자 연장을 통해 최장 6개월까지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에 한 달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도강증'을 갖고 일을 했고, 체류 기간 연장을 신청해도 거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뒤로는 중국 당국이 관광비자를 활용한 북한 노동자들의 불법 취업을 사실상 묵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모스크바 근교와 블라디보스토크 등으로 600여명을 파견한 북한 국가안전보위성 산하 신흥 무역 회사의 경우 관광비자와 단기 체류 비자 등을 이용해 북한 근로자의 철수를 연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이 일부 철수하는 동향이 포착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북 노동자가 각종 편법을 이용해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15일 "흑해 연안의 친(親)러시아 자치공화국 압하지야가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을 금지하는 유엔 제재를 회피하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압하지야에 북한 노동자 약 400명이 이주해 고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비회원국인 압하지야는 유엔 제재를 지킬 의무가 없다. 러시아 당국이 이 같은 제재의 허점을 이용해 연말까지 내쫓아야 할 북 노동자들을 압하지야에 숨겨준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 노동자들이 20~30개국에 나가 있지만 중국·러시아에 파견된 규모가 가장 크다"며 "중국·러시아가 국제사회를 의식해 겉으론 북한 노동자 철수 의지를 밝히면서도 실제론 이들의 불법 체류에 눈감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3/2019111300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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