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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인권단체들 "韓정부, 사흘 만에 사형선고"...탈북민 "우리도 보낼 거냐" 불안·분노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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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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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 시민단체 18곳 공동성명 "문명국 기본 상식 저버려"
"합법적 근거 없는 강제송환 불법…고문방지협약 위반"
탈북민 "북한이 보내라면 탈북민도 보낼 건가"
 


정부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 2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것에 대해 북한 인권 단체들과 탈북민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문명국의 기본 양식과 보편적 인권 기준을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탈북자들도 "앞으로 우리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 "국가정보원 조사도 안 끝난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정한 것은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동해 NLL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월선한 북한 주민 2명을 나포해 합동조사를 실시한 뒤 닷새 만인 7일 판문점을 통해 추방했다. 정부는 "합동조사결과 선원 2명은 20대 남성으로 동해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2명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통일부는 "살인은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메라에 잡힌 안보실 1차장 문자 -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참석자들이 모니터를 통해 이날 북한 주민 2명이 추방된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다. 이 메시지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공개됐다. /이덕훈 기자
카메라에 잡힌 안보실 1차장 문자 -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참석자들이 모니터를 통해 이날 북한 주민 2명이 추방된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다. 이 메시지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공개됐다. /이덕훈 기자

◇ 對北 인권 단체들 "강제송환은 불법이자 고문방지 협약 위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18개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제송환은 불법"이라며 "정부는 강제송환된 이들의 현 상황과 계획을 공개할 것을 북한에 요구하고, 국회는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 단체들은 "정부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조사도 제대로 하기 불충분한 불과 6일 만에 성급하게 벌였다"며 "(북한 선원 2명에게) 일차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틀 안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형사책임문제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대한민국 정부의 처사는 문명국의 기본 양식과 보편적 인권 기준을 저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한다"면서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여론을 호도하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진술’과 ‘정황’만으로 국민의 안전을 염려했다면, 법적으로 허용된 충분한 조사기간을 활용해 더 충실히 조사하거나 국내법과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와 재판으로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처리했어야 할 일"이라며 "무책임하게 ‘추방’해버림으로써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사법관할권마저 포기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적 근거로 한국이 1995년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을 언급했다. 이 협약 제3조에 따르면 고문위험 국가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고 있다. 또 한국은 1990년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이들 단체는 "통일부가 강제송환의 근거로 든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만 할 뿐 어디에도 추방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면서 "남북한 사이에는 범죄혐의자 인도에 관한 협정이나 합법적인 근거와 절차가 없으므로 강제송환은 불법"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적법한 절차도 없이 고문 등 상상할 수 없이 잔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들을 보내는 것은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가 두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리는 데 불과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걸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 2명의 추방과 관련한 쪽지를 전달받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주민 2명의 추방과 관련한 쪽지를 전달받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이덕훈 기자

◇ 분노한 탈북민들 ‘술렁'..."국정원 조사 안 끝났는데…같은 처지될까 불안"
북한 주민 강제 송환 소식에 국내에 거주 중인 탈북민 사회도 술렁였다. 이들은 북한 주민 추방을 ‘인권을 중시한다는 정부에서 나올 수 없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규정하며, 자신들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단체인 자유수호연합은 지난 8일 통일부가 있는 서울 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주민 2명에 대한 ‘애도(哀悼) 집회'를 가졌다. 최정훈 자유수호연합 대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한테 따지고 싶을 만큼, 탈북민 모두 분노하고 있다"며 "정부가 송환 이유를 살인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국정원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왜 이리 성급하게 결정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탈북민 김지영씨는 "우리도 조사를 받아봤지만, 한국에 처음 온 사람이 오자마자 정보기관 요원들에게 ‘우리가 사람을 죽였다'라고 범행 수법을 다 말 할 수 없다"며 "정부가 닷새 만에 북한으로 추방했다는 것은, 제대로 조사를 안 한 것이고,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최근 서울에서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을 북한 내에서 체제 선전으로 홍보하는 것처럼, 북한으로 추방된 사람들도 선전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돈에 눈이 멀어 한국으로 왔더니 살인자라며 돌려보내더라. 그러니 탈북하지 마라’는 식으로 북한 내에서 선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탈북민 김가영씨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이 우리를 보내라고 하면 우리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생겼다"면서 "죄를 짓고 탈북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대부분 처벌을 받았다. 그동안 돌려보낸 적은 없었는데 (추방된 2명이) 정치적 이용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18개 북한 인권단체 공동성명 전문.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규탄할 초유의 일을 벌였다. 2019년 11월 7일, 통일부는 11월 2일 동해상에서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논란이 되자 통일부는 정부합동조사에서 20대 남성인 이들이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승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을 "추방"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조사도 제대로 하기 불충분한 불과 6일만에 성급하게 벌였다.

정부는 정부가 주장한 살해혐의를 입증하는 뚜렷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정부합동조사 과정에서의 "진술"과 "정황", 그리고 밝힐 수 없는 "정보"가 살해를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사법기관인 정보기관이 주도하고 통제한 조사에서 이루어진 진술이나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고, 강제송환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도 될 수 없다. 정부가 언급한 "정황"도 자의적으로 또는 과잉 추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영토에 도착한 북한주민에게는 일차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틀 안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형사책임문제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1995년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고문위험 국가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민국은 1990년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에 따라 생명권, 고문받지 않을 권리, 신체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를 근거로 강제송환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 조항은 탈북자를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만 할뿐 어디에도 추방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 하물며 북한보다도 인권상황이 더 나은 외국에서 온 이주민이나 난민이 본국에서 살인 혐의를 받고 있어도 불과 3-4일만 조사한 후, 사법 심사를 포함한 적법절차 없이 임의로 송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정부의 처사는 문명국의 기본 양식과 보편적 인권 기준을 저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여론을 호도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진술"과 "정황"만으로 국민의 안전을 염려했다면, 법적으로 허용된 충분한 조사기간을 활용해 더 충실히 조사하거나 국내법과 적법절차에 따른 수사와 재판으로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처리했어야 할 일인데, 무책임하게 "추방"해버림으로써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사법관할권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남북한 사이에는 범죄혐의자 인도에 관한 협정이나 합법적인 근거와 절차가 없으므로 강제송환은 불법이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불법적인 강제송환을 주도했거나 관여한 대한민국 정부기관 책임자들과 관계자들도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책임추궁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이므로 북한당국이 두 사람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추적하고 확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이 됐다. 성급한 강제송환으로 인한 여러 문제의 책임이 대한민국 정부에 있으므로, 이후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북한당국에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할 책임도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와 이 일에 관여한 사람들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묻는다.

북한당국은 송환된 두 사람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들을 대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밝혀야 하고,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고문이나 비인간적 처우를 하지 말아야 하며, 사형 등 극단적인 처벌을 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이 가입한 국제인권법 상의 의무와 인권상황에 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엄중히 상기하기 바란다.

또한 국제사회에는 유엔과 유엔회원국들의 우려 표명을 요청하고, 대한민국 국회에는 진상조사를 촉구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1/20191111014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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