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북한 여행이 크게 늘면서 북·중 밀월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금강산 관광지구를 포함해 북한 주요 관광지에 중국 관광객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중국 자본 유치를 위해 중국 기업체를 상대로 북한 관광 투자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관광업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방북 이후 특히 중국인의 북한 여행이 더 활발해졌다. 북·중은 목적지에 평양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엔 중국인이 여권이 없어도 중국 정부가 발급한 통행증만 가지고도 북한을 방문할 수 있게 접근 장벽을 낮췄다. 북한에서 휴대전화와 카메라도 쓸 수 있는 등 여행 통제도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두산 천지를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트위터 캡처
백두산 천지를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트위터 캡처

현재 북·중 접경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호텔마다 여행사들이 자리를 잡고 북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단둥과 평양을 잇는 기차 노선은 거의 빈자리가 없고 오전에 단둥을 출발해 북한 신의주를 둘러본 후 오후에 다시 단둥으로 돌아가는 당일치기 버스 여행도 인기라고 한다. 침대 열차를 타고 평양과 금강산 등을 둘러보는 5~6일짜리 여행 상품에도 중국인이 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7월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7월 하순부터 11월 말까지 올해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3박 4일 관광 일정에 삼일포, 해금강 등을 둘러보며 등산, 낚시, 온천 목욕 등을 하는 상품으로, 외국인 대상 상품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북한을 잇는 하늘길도 붐비고 있다. 북한 고려항공은 평양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 선양 간 정기 노선에 이어 다롄, 지난 노선도 열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에서는 북한 관광산업 발전을 다루며 주요 관광지를 소개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양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올봄부터 북·중 접경 도시 단둥에서 평양으로 가는 국제열차표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중국에서 온 관광버스로 평양역 주차장이 가득찼다는 것이다. 2016년 7월 문을 연 평양 미림항공구락부(클럽)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중국 국영 CCTV는 경비행기를 타고 평양 주요 건물과 관광지를 내려다보는 하늘관광이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위는 금강산호텔, 외금강호텔 등이 있는 고성 온정리 관광지구 일대를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모습. 아래는 아난티그룹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만든 골프장·리조트인 ‘아난티 금강산’. /연합뉴스·아난티
위는 금강산호텔, 외금강호텔 등이 있는 고성 온정리 관광지구 일대를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모습. 아래는 아난티그룹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만든 골프장·리조트인 ‘아난티 금강산’. /연합뉴스·아난티

북한으로 향하는 중국 여행객은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5월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해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120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수를 공개한 2012년 연간 관광객 수가 23만7000여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앞서 2월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도 지난해 북한 방문 중국 관광객이 120만 명으로 2017년 대비 50% 늘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은 북한의 핵심 외화 벌이 소득원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관광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북한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김정은은 8월 말 평안남도 양덕군에 있는 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 조선중앙방송이 스키장과 온천 휴양이 결합된 시설이라고 소개한 곳이다. 이곳엔 3개의 스키 활주로를 갖춘 스키장이 건설되고 있는데, 완공되면 북한의 세 번째 스키장이 된다. 북한은 2013년 김정은 지시로 강원도 원산 근처에 만든 마식령 스키장도 단장에 들어갔다. 모두 중국인 관광객 증대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평안남도 양덕군에 건설되고 있는 관광지구. /AFP
평안남도 양덕군에 건설되고 있는 관광지구. /AFP

북한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북한 대외경제성 산하 조선대외경제법률자문사무소 변호사들은 올해 4월 베이징에서 중국 법률사무소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 외국인투자법과 26개 경제개발구역을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 기업가와 중국 지방정부 등을 대상으로 원산과 금강산 관광지구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시설 확충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김정은이 23일 남북 경협의 대표 사업인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이 알려진 후 북한이 중국 자본 유치에 더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금강산에 이어 개성공단 남측 시설을 몰수하고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개발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4/20191024021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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