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은 인신매매국" 자금지원 금지 재지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은 '인신매매국'"이라면서 북한을 '자금지원 금지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이는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국가 지정 작업에 따른 후속 조치 차원에서 연례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이달 초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 결렬' 이후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또 하나의 대북 압박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북한에 협상 재개 손짓을 하면서도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압박하는 투 트랙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18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메모를 통해 북한과 중국, 이란, 쿠바, 러시아, 시리아 등 10여 국을 인신매매 피해자보호법에 따른 2020 회계연도 특정자금지원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백악관은 "북한은 인신매매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자금지원 금지 대상 재지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2019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을 17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다.
 

지난 2000년에 제정된 인신매매 피해자보호법은 이 나라들이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때까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외한 다른 원조자금 지원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 이 나라들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구의 자금 대출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금지되고 해당국 공직자 등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교육·문화 프로그램 자금 지원도 허용되지 않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 독자 제재를 받아 이번 조치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제재를 우회해 몇몇 나라들과 몰래 거래하려는 북한으로선 이번에 대북 제재 필요성이 재차 강조된 것에 화가 날 것"이라고 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미국의 이번 결정은 '올림픽 남북 공동 유치' 등 대북 사업에 '올인'하는 한국 정부에 '섣부른 남북 협력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낸 측면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이달 초 스톡홀름 실무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대한 장기적 개발 지원 계획'을 제안했는데도,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8일 "북한 인권까지 협상의제로 통합하는 것이 비핵화 합의의 지속 가능성과 평화를 위한 기본이라고 확신한다"며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을 촉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주요 관계자들은 "협상 중에 북한 인권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국제사회는 오히려 협상을 위해선 인권 문제 등으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지난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면담에서 대북 제재를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므누신 장관과 만남에서 대북 제재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면서 "통상적으로 오갈 수 있는 이야기 정도를 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재차 비판했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의 정치활동위원회(PAC)에 기부를 요청하면서 기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그 모든 우호적 편지와 사진 촬영에도 북한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며 (앞으로도) 절대 아닐 것"이라며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얘기 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