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이어 '하노이 노딜' 문책, 조평통 위원장직은 유지
통전부 지고, 미사일 라인 급부상… 포병 출신 박정천, 총참모장 임명
對南 신무기 개발 인사 승승장구
 

통전부 부부장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리선권(왼쪽) 조평통 위원장과 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영전한 박정천 전 포병국장.
통전부 부부장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리선권(왼쪽) 조평통 위원장과 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영전한 박정천 전 포병국장. /사진공동취재단 조선중앙통신

지난해 남북 대화 국면에서 통일부의 대화 상대로 나섰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리선권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이후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김영철 통전부장이 경질된 데 이어 그 불똥이 리선권에게도 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리선권은 조평통 위원장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의 방사포 등 장사정포와 단거리미사일을 총괄하는 박정천 포병국장(육군 대장)은 북한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에 전격 기용됐다. '하노이 노딜' 이후 통전부가 주도하던 '대남·대미 대화 병행' 노선이 퇴조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은 대남 비난과 무력시위를 계속하며 외무성 주도로 대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수뇌부 물갈이된 통전부는 뒤숭숭

외교 소식통은 "통전부가 하노이 회담 이후 숙청에 준하는 검열을 받았다"며 "김영철은 통전부장에서 물러나고 리선권도 통전부 부부장에서 해임됐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통전부 검열이 끝나고 반년째 진행된 기구 개편이 마무리 단계"라고 했다. 하노이 회담 전까지 대미·대남 사업을 전담한 통전부는 '대대적 물갈이'로 힘이 상당히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통전부 지고 미사일 라인 뜬다

김영철 아래서 군사회담 일꾼으로 잔뼈가 굵은 리선권은 2016년 조평통 위원장에 기용됐고, 작년 다섯 차례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모두 북측 대표단장(수석대표)으로 참석했다. 평양 정상회담 때는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통전부 부부장직을 잃었다는 건 실권은 거의 없다는 얘기"라며 "군 출신 강경파가 득세했던 북한 대남 라인이 몰락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 대화에 소극적인 것도 이 같은 내부 사정 때문이란 관측이다. 김형석(대진대 교수) 전 통일부 차관은 "최근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을 진두지휘하던 김영철 라인이 약화된 것"이라고 했다.

◇대남용 포·미사일 일꾼들 득세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최근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선보인 신무기 개발·실험을 담당한 군부 인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6일 김정은이 박정천을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에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총참모장은 북한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자리로, 총정치국장(김수길) 다음 직책이다. 통상 야전 군단장 출신이 기용되던 자리에 포병 출신이 기용된 건 이례적이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달 중순 '신무기 체계 개발 유공'이란 명목으로 군수 과학자 103명을 대거 승진시켰다. 이 인사에서 '북한 미사일 4인방' 중 하나로 꼽히는 전일호(국방과학원 당위원장 추정)가 중장(별 둘)에서 상장(별 셋)으로 진급했다. 군 관계자는 "한국을 겨냥한 신형 방사포와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라고 했다.

◇외무성도 승승장구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의 위세에 눌려 있던 리용호 외무상이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주도권을 되찾았다"고 했다. 실제 리용호는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비판하는 담화에서 "나 역시 그와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해줄 수 있다"며 자신이 미·북 핵협상의 총책임을 자인했다. 최선희 역시 부상(차관)급으로는 유일하게 국무위원회(위원장 김정은)에 진입한 데 이어 제1부상으로 승진하며 위상을 높였다. 외무성은 하노이 회담 이후 각종 담화를 비롯해 총 26차례에 걸쳐 입장을 내며 대미 협상 전담 부서로서의 입지를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9/20190909001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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