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신무기 4종세트 위협 분석]

NYT "미군 방어체계 압도" 경고 - 고체연료로 발사시간 대폭 단축
낮게 날아 400㎞ 밖 작은섬 명중… 사전 탐지·요격 사실상 힘들어

섞어쏘기로 무기별 역할 분담 - 스텔스전투기 배치된 청주기지
미사일로 관제탑 정밀 타격하고 대구경 방사포로 활주로 파괴
 

유용원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유용원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북한이 지난 5월 이후 시험발사를 지속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다연장로켓) 등 신형 4종 미사일·방사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 신형 미사일·방사포 발사에 대해 "누구나 쏘는 단거리 미사일"이라며 일관되게 깎아내리고 있다. 북 신형 미사일 요격이 어렵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 등에서 "우리 패트리엇(PAC-3) 등으로 충분히 요격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북 신형 미사일이 미군의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압도하는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이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기존 무기 상식을 깨면서 북 단거리 타격 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무기" "과학상식으론 이해 안 되는 괴물 방사포"라는 반응을 보이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북 신무기 미사일인가 방사포인가

북한이 지난 5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발사한 신무기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에이태킴스(ATACMS·전술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2종과 400㎜급 대구경·초대형(500~600㎜급) 방사포 등 신형 방사포 2종이다. 이 중 방사포들에 대해 군 당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사일과 방사포의 가장 큰 차이는 유도장치가 있느냐 여부다. 보통 미사일은 유도장치가 있어 정확도가 높지만 방사포는 유도장치가 없는 로켓을 사용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군에서 북 신형 방사포를 미사일로 보는 것은 거리와 최대 고도, 속도 등만을 보면 기존 방사포와 크게 차이가 있고 이스칸데르나 스커드 미사일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신형 방사포탄은 이스칸데르처럼 요격 회피 기동과 비슷한 변칙 기동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순 전 합참 무기체계 조정관은 "미사일처럼 정확한 유도로켓의 발달로 이제 단거리에선 미사일과 방사포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격이 어려운 신형 미사일 및 미사일 같은 방사포의 개발로 한·미 양국 군은 종전과는 차원이 다른 단거리 타격무기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북 신형 미사일·방사포 개발이 기존 스커드 미사일과 122·240㎜ 방사포를 대체하는 세대교체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 신무기들의 성능을 보면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북 단거리 타격 수단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왜 차원이 다른 위협인가

①고체연료 등으로 기습능력 강화

남한 전역과 일부 주일 미군 기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300~1000㎞)과 주일 미군을 주로 겨냥한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은 모두 액체연료 방식이다. 발사 전 연료 주입에 30분~1시간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미 정찰위성 등 한·미 정보자산에 사전 탐지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신형 이스칸데르나 에이태킴스는 모두 고체연료여서 사실상 즉각 발사가 가능하다. 사전 탐지가 어렵다는 얘기다.
 

북한 신형 4종 탄도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특징 정리 그래픽

특히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은 다른 미사일들이 발사대에서 수직으로 세워진 뒤 발사되는 데 비해 발사관에서 45~60도 등 경사 발사가 가능하다. 신 전 합참 무기체계 조정관은 "수직발사는 발사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좀 걸리는 반면 경사 발사는 발사 시간이 더 짧고 미사일 재장전도 쉬워 전술적 운용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②정확하고 요격 어려운 미사일·방사포의 등장

기존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의 정확도는 450m~1㎞ 이상으로 매우 떨어졌다. 여러 스커드 모델 중 구형은 족집게 미사일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대도시나 비행장 등 큰 목표물을 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스칸데르나 에이태킴스 미사일은 380~460㎞ 이상을 날아가 작은 바위섬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INS(관성항법장치)와 GPS(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정확도는 7m 안팎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신형 대구경 방사포들도 북한 발표에 따르면 작은 바위섬을 정확히 타격해 신형 미사일에 버금가는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대형 방사포를 제외하곤 3종의 신무기 모두 최대 비행 고도가 25~50여㎞에 불과, 기존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는 게 최대 위협 요소다.

북한 무기 전문가인 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는 "북 신형 미사일들은 이동식으로 발사되고 빠른 비행 속도와 저고도 비행, 회피 기동 능력을 갖춰 미사일 방어에는 악몽"이라고 지적했다.

③4종 신형 미사일·방사포 섞어 쏘면 속수무책

전문가들은 북한이 4종의 신무기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면 재래식 무기들을 갖고도 핵무기 위력에 버금가는 효과를 발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합(複合) 화력' 작전 개념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4종 신무기 중 2~3종만 동시에 사용해도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며 "그럴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쓰지 않고도 한·미 양국 군의 전략 목표물들에 대해 소형 전술핵 공격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로 혼동되기 쉬운 신형 방사포와 진짜 미사일들을 섞어 쏘면 한·미 요격 시스템 자체가 교란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F-35 스텔스기들이 배치된 청주기지에 대해선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관제탑과 격납고 등을 파괴하고 에이태킴스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등으로 활주로와 지원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경북 성주 사드 기지나 주한 미군의 심장부인 평택·오산기지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섞어 쏘기' 족집게 타격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어보다는 공세적 대책 필요
 
북한 기존 스커드, 구형 방사포 체제와 신무기 4종 세트 차이점 정리 표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종 위협에 대해 방어 수단 강화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공세적인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국책기관의 한 전문가는 "적 미사일 등을 완벽하게 100%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유사시 대량응징보복 등 공세적 의지를 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평양 주석궁을 한 발에 파괴할 수 있는 '현무4' 초강력 미사일 개발이 거론됐다가 지난해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데 이 같은 '한국형 수퍼 무기'의 개발 필요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북 신무기들의 움직임을 조기에 파악하는 감시정찰 능력 강화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개량형 '조인트 스타스'와 같은 지상감시 정찰기, 초소형 위성 등 정찰감시 위성 등이 대표적이다.

[北미사일은 한국 해킹해 만든 짝퉁? 핵심 부품 달라 가능성 희박]

전문가 "北, 러시아 도움받아 개발"

북한이 최근 선보인 신형 미사일들이 우리 미사일들을 빼닮아 해킹 등을 통해 만든 '짝퉁'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한국군의 현무2와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 미사일은 한국군 KTSSM(한국형 전술지대지 미사일) 및 미 에이태킴스 미사일과 흡사하다. 현무2 미사일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실전 배치 중이고, KTSSM은 지난해까지 개발이 완료돼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각에선 이 미사일들을 개발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2014년 해킹됐던 사건 등을 계기로 우리 미사일 기술이 북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 미사일들이 우리 기술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다. 우선 엔진 등 핵심 구성품이 다르다는 점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에는 엔진 끝 부분에 4개의 노즐 핀이 있지만 우리 현무2에는 노즐 핀이 없다.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에도 엔진 노즐 핀들이 있지만 한국형 전술지대지 미사일에는 노즐 핀이 없다고 한다. 미사일의 크기도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러시아 이스칸데르나 우리 현무2보다, 북한판 에이태킴스는 한국형 전술지대지 미사일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판 이스칸데르·에이태킴스는 '원판(原版)' 이스칸데르·에이태킴스보다 1~2m 이상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우리 현무2 미사일도 러시아 이스칸데르의 일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북 이스칸데르는 러시아의 직·간접 기술 지원 또는 기술자들의 도움으로 개발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04/2019090403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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