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발사에 日신속반응은 이례적… 지소미아 파기 영향인 듯
靑 "일본측 군사정보로 北미사일 분석한 적 한번도 없다" 폄훼
한일 발표 '발사 시각' 1분차… "한국은 레이더, 日은 위성이 포착"
 

북한의 24일 '신형 초대형 방사포' 도발은 한·일 갈등의 불똥이 안보 분야로 급속 확산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북한이 도발한 상황에서 한·일은 상대방을 폄훼하거나 불필요한 경쟁을 벌였다. 과거 역사 문제로 대립하면서도 안보 문제에선 큰 잡음 없이 협력하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작년 말 '초계기-레이더' 갈등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 한·일 안보 공조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선언이 결정타를 날렸다는 분석이다.

◇北 도발에 지소미아 공방만

한·일은 24일 북한의 신형 방사포 시험 발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 방위성이 방사포 발사 사실을 발표한 시각은 24일 오전 7시 10분으로 우리 합참(7시 36분)보다 26분 빨랐다. 일본은 통상 북한 발사체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들어오는 등 자신들과 직접 연관됐을 때만 신속 반응했다.
 
발사 참관한 김정은… 김여정도 동행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전 함경남도 선덕에서 진행된 ‘신형 초대형 방사포’ 발사 실험을 참관하며 크게 웃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맨 오른쪽)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발사 참관한 김정은… 김여정도 동행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전 함경남도 선덕에서 진행된 ‘신형 초대형 방사포’ 발사 실험을 참관하며 크게 웃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맨 오른쪽)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 측의 군사 정보를 활용해 북한 미사일을 분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북 미사일에 대한 일본 측의 정보가 질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하지는 않았다"며 "한·미 군사 당국 간의 분석으로 이미 (분석이) 다 된다"고 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배경에는 협정을 연장한 뒤 일본이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종료 의사를 밝히지 않아 연장해놓고 일본이 협정을 파기한다면 '바보'가 되는 꼴"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지소미아 연장을 바란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일본은 24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 사실을 먼저 공개한 뒤에도 우리 정부에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일본은 '지소미아의 가치를 이해하며 연장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미측에 발신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미·일 삼각 공조를 이탈하려는 건 한국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우방인 한·일이 적성국처럼 상대를 믿지 못하고 상호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日 정보, 정말 가치 없나

군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지소미아 폄훼 발언을 두고 "최근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국한된 단견(短見)"이란 지적이 나왔다. 지소미아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정보를 받아온 사실이 있는데도 이 점은 애써 외면했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지소미아로 일본의 정보를 많이 받은 건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이 한창일 때"라며 "당시 탄도미사일이 JADIZ 또는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수차례 떨어졌고 일본으로부터 미사일의 종말 단계 기동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5일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도발 당시 비행 거리를 430㎞로 발표했다가 뒤늦게 600㎞로 수정했는데, 이때도 지소미아에 따라 일본으로부터 받은 정보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북한 방사포 발사 시각과 관련, 한·일의 발표엔 '1분'이 차이 났다. 일본 방위성의 판단이 우리 측보다 1분 빨랐다. 우리 군은 레이더로 북한 도발을 포착하는데, 곡면(曲面)인 지구 특성상 발사 포착에 1분의 시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일본은 군사 위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우리와) 포착 시점이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는 지뢰밭투성이

청와대의 이번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정치 갈등을 경제·안보 문제와 분리 대응한다'는 명분 싸움의 주도권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우리 정부는 과거사 갈등을 경제 보복으로 대응한 일본 정부를 비판해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본의 경제 보복을 다시 안보 공조 파기로 되갚는 모습을 보였다. 봉영식 연세대 교수는 "우리도 분리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며 "더욱이 일본보다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안보 공조를 건드린 것은 패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25일부터 이틀간 독도 방어훈련에 들어갔고,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며 훈련 중지를 요청했다. 일본이 예고대로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하면 우리의 대응 조치나 일본의 추가 보복이 나올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6/20190826001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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