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내정된 정세현<사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북한이 미국엔 대화의 손짓을 하면서도 남측을 향해선 조롱성 비난을 쏟아내는 데 대해 "우리 언론에서 그걸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고 (분석)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선미후남(先美後南'"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국이 지금 전혀 셈법을 안 바꾸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 몸이 달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을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미국과 직거래를 하려는 것이라기보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하다보니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을 배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란 뜻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의) 모든 시신경이 그쪽(미국)으로 집중돼 있을 것"이라면서 "왜냐하면 내년 말까지 끝내야만 되는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이 지금 진도가 안 나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과의 관계를 먼저 개선하지 않으면 또는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서 비핵화 과정이 시작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이든지 금강산 관광이든지 또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따라서 지금은 남북 대화할 가능성도 없지만 순서로 봐서 할 필요도 없다. 그걸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선미후남이라고 하면 그렇게 조롱을 하며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 전에도 북한은 가끔 정말 절실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애들 문자로 약을 올린다"면서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 선언 이행을 적극적으로 해 달라 하는 얘기를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 외무성의 권정근 북미 국장은 앞서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가 발사한 미사일의)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하고 쩔쩔 매어 만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는 대신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면서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제대로 자기는 코집(가능성)이 글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권 국장은 지난 6월 27일에도 조금 거친 표현을 쓴 적이 있다"면서 "이번엔 좀 더 심하게 썼는데 이건 대내용"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다만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전망에 대해선 "트럼프가 '뷰티풀 레터'(아름다운 서신)이라고 얘기했지만 실무 협상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미국의 실무 관료들은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오랜 습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북) 중간에서 조정해 줘야 될 사람이 문 대통령이란 걸 북한이 너무 잘 안다. 돌려차기의 선수"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선 "지금 미국이 돈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에 오바마(정부)가 재정 절벽에 부딪히면서 국방비를 삭감하기로 했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지금 기존 예산 가지곤 안될 것"이라고 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에 대해선 "(연장 결정 마감시한인) 24일 0시까지 NCND(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로 나가야 된다"면서 "빨리 결정하면 이걸 레버리지로 해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조절할 수 있는 미국의 협상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미아는 계속 검토한다'는 식으로 해서 미국이 나서서 아베를 압박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소미아가) 중요하면 (미국이) 움직여라(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담길 대일·대북 메시지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남북 관계의 발전은 북·미 관계 개선의 종속변수가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아마도 이번에도 비슷한 얘기를 할 것 같다. 지난번에 평화경제를 거론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해 일본의 경제 압박을 극복하자는 게 일본이 두려워하는 대목"이라며 "남북이 손을 잡고 북한이 한국 경제 발전의 블루오션이 되면 작년에는 한국이 1인당 소득이 3만 1000달러가 됐고 일본이 3만 9000달러였는데 이거 따라잡는 건 금방"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9일 청와대 개각 발표 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발탁됐다. 다음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에게 통일 정책 관련 자문을 해주는 헌법 기구다. 민주평통 의장은 대통령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2/20190812011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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