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나온 黨靑 인사들, 北 핵실험 횟수도 몰랐다]
표창원 "하도 없었으니 그렇죠"
김현종, 뒤늦게 "한 번 있었다"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온종일 청와대 인사들과 야당 의원 간 설전이 이어졌다. 막판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정양석 의원 간에 반말과 고성이 오가며 회의가 파행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북한의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횟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현안 질의를 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문답을 주고받았다. 야당은 "어떻게 안보를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당·청, 北 핵·미사일 도발 횟수 몰라

노 실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 들어 몇 차례 핵실험이 있었느냐"는 표 의원 질의에 즉답하지 못했다. 표 의원이 "어려운 것(질문) 아니지 않으냐"고 하자 노 실장은 당황한 듯 웃으며 "핵실험…. 두 번인가? 한 번?"이라며 말을 흐렸다. 노 실장이 옆에 앉아 있던 김현종 2차장을 쳐다보자 김 2차장은 노 실장에게 작게 '한 번도 안 했다'는 취지로 속삭였다. 노 실장이 "안 했어? 아…"라고 말하는 모습이 방송에 포착됐다. 표 의원도 "(핵실험이) 하도 없었으니 그런 말씀을 주신 거 같다.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노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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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가운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종(오른쪽) 국가안보실 2차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어 "북한의 ICBM 발사는 몇 차례 있었나"라는 표 의원의 질의에도 노 실장은 답하지 못했다. 표 의원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현 정부에서 핵실험을 한 번 했고, ICBM은 세 번 발사했다. 뒤늦게 김현종 2차장이 "핵실험이 한 번 있었다"고 정정했고, 표 의원도 "제가 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느냐"고 했다. 야당과 청와대가 충돌하며 운영위는 한때 정회됐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 김지태씨 유족 간 소송에서 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 시절)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해 허위 문서 제출과 위증 등을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 실장은 언성을 높이며 "말씀을 책임질 수 있느냐.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지 말고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 가서 하시라"고 했다. 면책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자리에서 말하라는 취지다. 노 실장은 격앙된 듯 펜을 들어 보이자 곽 의원은 "삿대질하지 마시라"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어디서 협박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운영위는 두 차례 정회됐다가 결국 노 실장이 관련 발언 취소와 유감을 표명하면서 회의가 다시 진행됐다.

◇반말·고성 오가며 파행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엇갈린 답변도 논란이 됐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의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9·19 남북 군사 합의 위반이냐"는 질의에 정 실장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직접적인 군사 도발을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정 장관은 (전날 국방위에서) 군사 합의 위반이라고 했는데, 입장이 왜 다르냐"고 재차 물었다. 정 실장은 "군사 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그 취지에는 어긋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말장난"이라며 전날 회의 속기록을 읽었다. 정 장관은 전날 야당 의원의 군사 합의 위반 여부에 대한 질의에 "그런 데 대해 하여튼 위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김 의원이 "저를 초선이라고 조금 무시하는 것 같다"고 하자 정 실장은 "의원님이 오히려 저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이 "저한테 무례하게 하셨다"고 하자 정 실장은 고개를 저으며 "노(No),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정 실장이 김 의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김 의원도 저에게 굉장히 무례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양석 의원 등 한국당 측에서 "그래 한번 말을 해 봐라"며 고함과 반말이 터져 나왔다. 정 실장이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정 의원님, 존경하는 분인데"라고 했지만 정 의원은 "존경하지 마"라고 반말로 받아쳤다. 정 실장도 "이보세요"라고 했고, 강기정 정무수석이 정 의원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여당 의원도 "정양석, 왜 반말하고 그래"라고 했다.

정회가 선포됐지만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정 실장은 운영위원장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한국당 쪽을 가리켰고 이를 본 정 의원이 "어디서 손가락질이냐"고 소리쳤다. 양측 간 반말과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정 실장은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고 정 의원은 "저런 안보실장이 있으니 국가 안보가 이 모양"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7/20190807002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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