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문가 "김정은, 신무기 실험 몰아치기로 군사적 우위 과시"
한·미 軍당국 "F-35A 스텔스기 도입·연합훈련 중단은 없을 것"
 

북한의 3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25일 '무력시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언급한 '평양발 경고'의 연장 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 연합연습(8월)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중단 요구가 빈말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특이한 건 북한이 한·미 공동의 결정 사항인 연합훈련과 미제 무기 도입을 문제 삼으며 대남(對南) 경고·도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김정은이 대북 제재와 핵·미사일 실험 중단으로 고조된 내부 불만을 돌리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단거리 도발 면죄부'를 받아 '만만한 한국'만 난타하고 있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250여㎞를 비행했다. 5월 4·9일(240~420㎞ 비행), 지난 25일(600㎞ 비행) 미사일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영토를 겨냥한 도발이다. 북한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우리 군의 각종 훈련을 언급하며 "조선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파괴하는 장본인은 북·남 군사 분야 합의서의 정신을 짓밟으며 도발적인 전쟁 연습 책동에 광분하는 남조선 당국"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위력시위사격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TV

북한이 불과 엿새 만에 전격 도발을 단행한 데는 '방관자'처럼 행동한 미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트럼프가 별것 아니라고 하니 보란 듯이 쏘고 있다"며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는데 (북이) 비슷한 도발을 왜 안 하겠느냐"며 "북한은 일정 한계점 이하의 미사일 실험은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국제사회에) 일반화하려 한다"고 했다.

잇따른 미사일 발사 배경엔 '도발을 통한 체제 결속'과 '신무기 개발 지속'이라는 목적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제재 장기화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한국을 겨냥한 무기 체계 실험을 지속하며 군사적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무기 개발에 필수적이지만 지난해 하지 못한 실험을 몰아서 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미국과 비핵화 실무 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지난 25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전후로 판문점에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남 도발을 자행하면서도 미국과는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 훈련과 F-35A 도입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미첼 항공우주연구소가 개최한 안보 관련 강연회에서 "(북한 도발에도) F-35A 전투기 도입과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입장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반발한 북한의 '저강도 도발'이 이어지며 한반도 정세가 2016~2017년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시 코튼 연구원은 "2016~2017년 북한은 2~3주 간격으로 미사일 실험을 했다"며 "그들이 그런 페이스를 재개하려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한두 번 더 도발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한·미) 동맹의 군사 연습을 북한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민의 안보에 반하는 의도를 가진 북한이 동맹에 명령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1/20190801002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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