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사진〉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는 최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북 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비핵화 의사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최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북·미 쌍방이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서 양보하며 협상을 하는 것은 핵보유국끼리 하는 핵군축 협상"이라면서 "북한은 이런 협상으로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 받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지난 30년간 동일한 대화 패턴을 거듭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대화를 시작해 원칙적인 합의를 만들어 내지만, 정작 이행을 위한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 ‘합의문의 해석’을 두고 어깃장을 놓는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작년 6월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담긴 합의문을 도출했지만, 정작 실무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후 북한을 찾아 관련 협의를 진전시키려 했지만 북측에선 ‘신뢰관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답만 내놨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미국이 과거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과 비핵화 협상을 했을 때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의 경우 해당 국가가 가지고 있는 모든 ‘핵 목록’을 제출하도록 하고, 폐기 방법과 순서를 밝히게 하는 등 ‘비핵화 로드맵’을 만든 반면 북한과의 협상에서는 비핵화의 선결 공정인 핵 목록 신고와 비핵화 로드맵, 비핵화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나 핵 관련 시설의 일부를 내놓고 그 대가로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친서외교’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들의 추가제재 요구를 거절하고 있다"며 "서신교환 등을 계속하면서 이 상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김정은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와 마이니치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판문점 회동에 앞서 이뤄졌다. 마이니치는 그러나 "미·북 두 정상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타결에) 한 발 더 다가선 듯한 착각을 만들어 냈다"면서 "태 전 공사의 지적은 이번 경우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2/20190702018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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