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지도자 개인 우정 국익 대체 못해...정치 이견 해결 역할 제한"
영문 방송만 판문점 회동 생중계…"역사적 순간" 띄우면서도 보도 수위 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군사 분계선인 ‘38선’에서 회동한 지난 달 30일 중국 관영 CCTV 저녁 메인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이를 단신으로도 처리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미⋅북 첫 정상회담이 열렸던 작년 6월 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올해 2월 28일 모두 신원롄보가 이를 보도했던 것과 대조된다.

CCTV 영문채널인 CGTN이 미⋅북 정상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3자 회동하는 모습까지 생중계한 것과 달리 CCTV는 기존 정규방송을 내보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속보로 전했다. 하지만 1,2차 미북 정상회동을 보도했던 관영 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는 이날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신화망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속보로 전했다. 하지만 1,2차 미북 정상회동을 보도했던 관영 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는 이날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신화망

물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이날 회동을 무시한 건 아니다. 되레 CCTV는 이후 생중계로 한국 특파원을 연결해 의미를 부여하고 화면을 내보냈다. 인터넷 속보에 "역사적 순간"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도 속보로 이를 긴급히 보도했다.신화통신은 "두 정상의 악수는 북미 양국이 계속해서 마주 보고 가고, 대화를 통해 각자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 줬다"며 "한반도 문제에 대화의 서광이 다시 비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신원롄보에서 이 소식을 뺀 건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을 바라보는 중국의 복잡한 속내를 짐작케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신원롄보는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내용과 유럽에서 고온으로 잇따라 산불이 나고 있다는 소식 2건을 해외 단신으로 소개했지만 미⋅북 정상 판문점 회동은 넣지 않았다.

신원롄보는 중국의 주요 정책 결정이나 인사 또는 정상회담 결과를 가장 먼저 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신원롄보 앵커가 관련 소식을 전하는 시간에 맞춰 신화통신 등에 관련 소식이 올라오는 식이다. 중국은 1982년 9월 공산당 중앙의 명확한 규정에 따라 중요 뉴스를 먼저 신원롄보에서 발표하도록 했다. 프로그램 목적은 "당과 정부의 목소리를 선전하고 천하의 대사를 전한다"이다.

하지만 이날 세계가 주목한 남⋅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을 신원롄보에서 뺀 이유는 인민일보 계열 매체 환구시보의 30일자 사설의 일부 대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환구시보는 "38선 진터후이(金特会,김정은⋅트럼프 회동)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지도자의 개인 우정이 국가이익을 대체할 수 없고, 중대한 정치적 이견을 해결하는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해결이 지극히 어려워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안정을 찾아야 한다"며 "길게 보면 한반도 문제가 미국 대통령 개인의 성격과 너무 긴밀히 연계되는 건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달 20, 21일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만에 처음으로 방북해 가진 북⋅중 정상회담과 지난 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문재인 대통령, 2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일관되게 북핵 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중국 당국은 미⋅북 정상 회동을 대화로 문제를 푸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내보내고 있다. 시 주석은 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미⋅북 지도자들의 대화 접촉 유지를 지지한다"며 "양국이 유연성 있게 서로를 마주 보며 가면서 대화를 빨리 재개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핵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에서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자처한 상황에서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차이나 패싱’우려를 불거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묘한 보도 수위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신원롄보는 30일 방송에서 시 주석의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 및 연설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으로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사실을 비중있게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1/20190701006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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