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를 만나겠다는) 의향을 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이번 만남이)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 하는데 정식으로 만날 것이라는 걸 오후 늦은 시각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6·30 미·북 판문점 깜짝 회동은 사전 물밑 접촉을 통해 계획된 게 아니라 전날 공식 제안을 받은 후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소셜 미디어로 (DMZ 회동)메시지를 보냈는데 (김정은이) 이 자리까지 오지 않았다면 내가 굉장히 민망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나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원래는 오울렛 초소까지만 공동방문하기로 예정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이번 회동을 두고 미·북 양측이 사전에 물밑 접촉을 거쳐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회담에 임박해 제안하고 이에 응하는 모양을 갖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달 중순부터 친서를 교환하면서 '원포인트 만남' 추진에 의견을 모았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실제 김정은도 회동 자체는 하루 사이에 결정됐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나 사이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이런 상봉이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 정상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날 '판문점 회동'은 표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29일 트위터 메시지로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방한 일정을 알리며 "만약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북한 김정은이 이 트위터를 본다면, 그와 DMZ에서 만나 손을 잡고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글을 올린지 5시간만에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는 답을 내놓자, 전날 밤 늦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참모라인이 북측과 실무 협상을 통해 회동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순부터 김정은과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이미 판문점 회동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6일 G20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 길엔 "많은 사람들과 만날 것이지만 김정은과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24일 진행된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DMZ 방문 때 김정은을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힐 측은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인터뷰 때 이같은 사실을 언급했지만 백악관측의 비공개 요청을 수용해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막판에 전격적으로 제안하며 성사사키는 형식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을 하루 앞두고 정식 제안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질 만한 분위기는 이미 조성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이달 중순부터 주고받은 친서가 그런 분위기 조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으로부터 전날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면서 "아주 우호적인 친서"라고 밝혔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은 친서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 표현과 함께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은 후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두 사람 간에 오간 친서를 통해 원포인트 DMZ 회동에 대한 모종의 메지시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30/20190630006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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