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15일 조사 직후 '함북서 출항, 삼척항 입항' 등 수차례 보고
언론보도 후 軍은 왜곡 발표… 정부 차원서 사건 방조·축소 의혹
 

해양경찰청의 '북한 목선 귀순' 상황 보고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합동참모본부 등이 지난 15일 삼척항을 통해 귀순한 북한 목선(木船)에 대한 주요 정보를 최초 발견 19분 만에 해양경찰청 상황센터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세 차례에 걸친 해경 보고에는 목선 발견 장소가 삼척항 방파제였고, 이달 5일 함경북도 경성을 출항해 15일 오전 6시 30~40분 자력으로 삼척항에 입항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 대응의 주무 부처격이었던 군은 초기에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했다" "목선은 떠내려왔다"고 발표해 논란을 자초했다. 더구나 청와대와 국정원도 같은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 차원에서 군의 왜곡 발표를 방조하며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권에선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이 이날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동해, 북한 선박(추정) 발견 보고'에 따르면, 해경은 북한 어선을 발견한 직후인 지난 15일 오전 7시 9분 청와대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총리실, 국정원, 통일부, 합참 등에 상황보고서를 보냈다. 이 보고서에는 "오전 6시 50분쯤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이(4명 승선)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신고 접수" "함경북도 경성에서 6월 5일 조업 차 출항하여 6월 10일경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6월 14일경 기관이 수리되어 삼척항에 입항"이라고 적시됐다. 이 보고서에는 선명(船名)이 'ㅈ-세-29384'이며 '목선'이라고도 적혀 있었다.

정부는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날 뒤늦게 일제히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목선 발견 닷새가 지난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 후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했다. 앞서 정 장관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군의 경계 작전 실태를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하게 문책하겠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 보고나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국민께 큰 심려를 드렸다"며 "그 점에 대해 깊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1/20190621001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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