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당일 오전 '해경 상황보고서' 단독 입수

해양경찰청이 지난 15일 북한 목선(木船)이 군·경의 경계망을 뚫고 동해 삼척항 안에 들어와 부두에 정박한 채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직후 곧바로 그 내용을 합참·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과 청와대 국정상황실 등에 전파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해경은 또 이 목선이 삼척항 입항 전에 이미 기관 고장 수리를 완료했으며, 사건 당일 새벽 '자력(自力)'으로 삼척항에 입항했다는 삼척파출소 1차 확인사항도 합참·해작사·청와대 등에 전했다. 이와 함께 북 목선 발견 3시간여 만에 GPS(위성항법장치)플로터와 통신기를 보유한 사실을 확인해 합참 등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군 당국이 지난 17일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했다"고 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군은 18일에는 "해경으로부터 방파제에서 접수했다는 상황을 전파받았다"고 했고, 다음날에는 "북한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에 접안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삼척항 정박 사실을 왜 밝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발견 지점과 이동 경로는 합동 심문 중이었기 때문에 밝히지 못했다"고 했지만, 합참은 이미 15일 오전 목선이 방파제 내에 정박한 사실을 해경으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경계 실패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더구나 국방부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첫 브리핑 당시) 해경 발표를 미처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해양경찰청의 초도 보고 당시 합참과 해작사를 포함해 청와대 등에도 이런 내용이 전파된 것으로 확인돼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가 국회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경의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하 당일 상황보고서. 문서 오른쪽 '전파처'에 청와대·청리실·국정원을 비롯해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작사 지휘통제실도 사건 발생 20여분 만에 주요 정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돼 있다. /김정재 의원실
본지가 국회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경의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하 당일 상황보고서. 문서 오른쪽 '전파처'에 청와대·청리실·국정원을 비롯해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작사 지휘통제실도 사건 발생 20여분 만에 주요 정보를 보고받은 것으로 돼 있다. /김정재 의원실

◇해경, 15일 오전 7시9분 합참에 '삼척항 내 북 목선 정박' 전파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해양경찰청 상황센터 상황보고서 1~3보' 및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보고서 1~4보', '동해해양경찰서 상황보고서 1~4보'에 따르면 해경 측은 사건 초기부터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군 1함대 사령부, 청와대 및 국정원 등에 발생 상황을 상세하게 전파했다.

동해해양경찰서는 당일 오전 6시54분 해경과 국정원에 '삼척항 내 북선박 정박'이라는 제목으로 '15일 시간미상 경, 삼척시 삼척항 내 북한 어선이 정박해 있다고 신고'라는 내용의 상황보고서 1보를 발송했다. 이같은 1보는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해군1함대 사령부에 즉각(6시54분 발송) 전달했다. 이는 북한 어선 입항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진 6시50분으로부터 4분 가량 지난 시점이다.

이어 해양경찰청 본부 상황센터에서 추가 취합된 정보들을 더해 오전 7시9분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작사 지휘통제실을 비롯해 청와대 국정상황실·위기관리센터 및 총리실, 국정원, 통일부 등에 관계 기관들이 수신한 해경 본부발(發) 1보를 보냈다. 이 본부발 1보 문서에는 '오전 6시50분 삼척항 방파제에 미상의 어선이(4명 승선)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신고 접수'라고 돼 있다. 또 '함경북도 경성에서 6월 5일 조업차 출항하여 6월 10경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다 6월 14일경 기관이 수리되어 삼척항으로 입항'이라면서 '선명(船名) ㅈ-세-29384, 목선'이라고 돼 있다. 사건 발생 불과 19분 만에 해당 어선의 주요 정보사항의 골자가 군 당국에도 입수된 것이다.

이어 추가로 확인된 정보들이 '2, 3, 4보'의 형태로 당일 오전 10시 8분까지 약 3시간여 동안 속속 전파되기 시작했다.

◇軍은 20일 브리핑서도 "해경 발표 미처 알지 못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삼척항으로 (목선이 들어왔다고) 이미 해경에서 발표했는데 왜 합참이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 지점을) 바꿨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해경 발표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삼척항 내 정박한 상태로 주민들에 발견된 사실은 이미 15일 오전 7시 9분 합참과 해작사 등에 전파됐다.

또 군은 처음에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접수했다"고 했었다. 마치 삼척항 앞바다에서 표류하던 북한 목선을 발견해 끌고 온 것처럼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기관 수리 시점에 대한 진위도 사건 초기에 파악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의 15일 오전 7시9분 1차 상황 보고를 보면 이미 '6월 10일경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6월 14일경 기관이 수리되어 삼척항으로 입항'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후 본부 2차 보고를 통해 '※정정 사항(북선원 기술)'이라며 '6. 14. 기관수리(정정 전) → 6. 13. 오후 기관수리(정정 후)', '6. 14. 입항(정정 전) → 6. 15. 06:30~40경 입항(정정 후)'라고 돼 있다. 기관 수리와 관련된 정보가 보다 정확하게 수정돼 전파된 것이다. 이 내용도 합참·해작사·청와대 등에 전파됐다.

◇해경 상황보고서에 신고자는 '51세 직장인', 파고는 '0.5m'

또 해당 선박을 112에 최초 신고한 사람은 삼척시에 거주하는 '51세(68년생) 남성 직장인'이라고 돼 있다. 이같은 내용은 10시8분에 해경 상황센터가 군과 국정원 청와대 등에 발송한 본부 상황보고서 3보 등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최초 신고가 어민 등으로부터 이뤄졌다는 군의 설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또 상황보고서에 명시된 파고(波高)는 '0.5m'로 나와 있다. 또 '남동풍 4-6㎧', '맑음'이라고 돼 있다. 해당 지역 일각에서도 "당일 군의 설명만큼 파고가 높지는 않았다"는 증언이 일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 어선 입항 당시 파고가 최대 2m로 높아서 식별이 힘들었다는 군 당국의 설명에 대해서도 추가 검증 필요성이 제기된다. 합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선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그날 파고가 0.5m였고, 평균 파고는 0.2m였다'는 질문에 대해 "기상청에서는 특정 지역의, 근해 지역의 해양 부위를 통해서 이렇게 측정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때(파고가 1.5m라고) 설명한 부분은 우리 해상에서 작전 중인 함정이 작전기상을 참고로 해서 말씀드렸고, 합동정보조사 결과에서도 당시 기상이 1.5~2m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해경 등의 초도 상황보고와 군 당국의 설명이 엇갈림에 따라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도 이런 부분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날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사건 발생 이후 제기된 여러 의문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국민들께 소상하게 설명드리겠다"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본지가 국회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경의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하 당일 상황보고서. 문서 내 '확인사항'에 '북 선박 GPS플로터(밧데리연결) 1개, 통신기 1개 보유확인'이라고 돼 있다. 또 '신고자 인적사항'에 '김○○, 68년생, 거주지 삼척시, 회사원'이라고 돼 있다. /김정재 의원실
본지가 국회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경의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하 당일 상황보고서. 문서 내 '확인사항'에 '북 선박 GPS플로터(밧데리연결) 1개, 통신기 1개 보유확인'이라고 돼 있다. 또 '신고자 인적사항'에 '김○○, 68년생, 거주지 삼척시, 회사원'이라고 돼 있다. /김정재 의원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0/2019062002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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