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군·경은 "삼척 앞바다"
인근 주민들 "부둣가까지 왔다"
 

지난 15일 동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은 당초 알려진 삼척 앞바다가 아닌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한 상태서 발견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군경은 그동안 주민 신고를 받고 삼척항 인근에서 북한 어선을 발견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경의 해안 감시망이 완전히 뚫린 것은 물론이고 이를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해상 노크 귀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사건 당시 군은 해경으로부터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이 발견됐다"는 상황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히 삼척항 방파제가 아니라, 내항(內港) 부둣가까지 왔다는 인근 주민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이 선박을 향해 "어디서 왔냐"고 물었고, "북에서 왔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원 중 일부는 육지로 내려와 주민에게 "북에서 왔으니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15일 '삼척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 어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해 있는 모습.
지난 15일 '삼척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 어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정박해 있는 모습. 이 배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 4명 중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2012년 북한군이 우리 측 GP(감시 초소)의 창문을 두드려 귀순했던 '노크 귀순'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왔다. /KBS

북한 어선의 구체적 발견 장소에 대해선 기관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삼척항에 사실상 정박 상태였다는 점은 모두 인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 어선 발견 과정에 대해 설명했을 때 '방파제'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해안 감시 레이더의 감시 요원이 해당 선박의 높이(1.3m)가 파고(1.5~2m)보다 낮아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고 했다.

북한 어선이 어떤 경로로 삼척항 방파제까지 왔고, 군은 왜 이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는지가 의문이다. 군 관계자는 "나중에 조사해 보니 삼척 인근 지역 해안 감시 레이더에만 북한 어선의 행적이 포착됐다"며 "다른 지역의 해안 감시 레이더에 어선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원해(遠海)에서 표류하다 삼척항으로 온 것 같다"고 했다. 해안 감시 레이더는 최대 10㎞가량 근해(近海)를 감시할 수 있다. 합참은 브리핑에서 "군의 조사 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어선이 동해안 곳곳에 떠 있던 해군·해경 함정의 감시망과 군 레이더망을 모두 뚫고 삼척항까지 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경은 최초 신고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어민이 아닌 방파제 인근 민간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바다도 아닌 항구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지난 2012년 북한군이 우리 측 GP(감시 초소)의 창문을 두드려 귀순했던 '노크 귀순'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 군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보면 사실상의 해상판 '노크 귀순'과 비슷하다"며 "일종의 '상륙 귀순'인 셈"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이번과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운용 수명이 지난 해안 감시 레이더의 성능을 개량하고, 레이더 감시 요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상 경계에 문제가 없다고 했던 당초 군의 설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군은 국방 개혁 2.0이나 북한과의 평화 수역 등을 얘기하면서 '과학화 장비 등의 능력이 갖춰져 있으니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기술로 극복되지 않는 허점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이 배가 침투 작전 선박이었다면 상황이 심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이날 구조된 북한 선원 4명 중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선원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혀 남에 남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9/20190619003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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