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자회견에서 北비핵화 질문에 "서두르지 않겠다" 4번 언급
靑 "트럼프가 北 늦게 만나겠다는 것은 아니잖나...文·트럼프 이견 없다"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오슬로대학 연설에서 미·북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에 대해 "대화하지 않은 기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 있다"며 "저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발언 수시간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문제를 잘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I'm in no rush)"라는 말을 4번이나 했다. 이를 두고 한·미 정상간 대북 대화 방식·시기를 두고 온도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오후(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김정숙 여사,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오후(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김정숙 여사,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최대한 늦게 만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 정상 간에 의견차가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만남을 미루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전체 발언 문맥과 좀 다르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이야기가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조속한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미 간 이견이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설명과 달리 미·북 대화에 대한 한·미 간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은 실무자 간 대화 재개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조율한 뒤 정상 간 최종 타결을 보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그 반대 방식인 '톱다운(top-down)' 식 미·북 대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도 문 대통령은 '톱다운'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에선 딜을 끝내야 한다"며 톱다운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백악관서 열린 미·폴란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북한과 비핵화 문제를 잘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라는 말을 4번이나 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국무부는 북한과의 실무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1년 전에 이루어진 약속을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계속 논의하기를 원한다"고도 했다. 정상회담보다는 실무 협상 재개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런 미국의 태도에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선 1차 미·북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문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회담은 북한 비핵화 대상과 대북 제재 해제의 범위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노딜(no deal)'로 끝났다. 정상회담에 앞서 있었던 실무 협상에서 상당 부분의 합의에 이르지 못한 탓으로, 톱다운 방식이 가져온 최악의 결과란 평가가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과 견해차가 없다는 청와대 설명에도 지난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드러난 양국의 접근 방식의 차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이 포괄적 비핵화 방안에 합의한 뒤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일부 핵심 시설을 폐기하는 조치에 나서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이른바 ‘굿 이너프 딜’ 방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 하는 ‘빅딜’과 ‘포괄적 합의’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양국은 공동발표문을 내지 못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13/20190613023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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