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개성 시내./연합뉴스

북한이 작년부터 개성공단에 있는 한국 기업 공장 설비를 무단으로 이전해 임가공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렇게 생산된 의류는 중국을 거쳐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의 무역일꾼을 인용해 "북한의 무역회사들이 개성공단 남한 기업 소유의 설비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임가공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무역일꾼은 '남한 정부가 남한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승인했는데 반갑지 않느냐'는 질문에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이 더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설비를 무단으로 옮겨 옷을 생산해 수출한 게 들통날까 걱정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개성공단 설비를 옮겨서 의류를 가공하는 회사는 평안북도 동림군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있으며 지금도 임가공 의류로 벌어들이는 외화수입이 짭짤하다"면서 "당장 남조선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점검하려 들어온다면 몰래 이전한 개성공단 설비를 다시 제자리에 반납하고 외화벌이 사업도 중지해야 하는데 평양 본사에서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지난해부터 힘 있는 국가 무역회사들은 외화벌이 사업에서 개성공단 설비를 적극 이용하라는 중앙의 허가를 받고 개성공단 설비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임가공 의류업체를 신설하거나 증강했다"면서 "지금도 개성공단 설비로 생산된 다양한 임가공 의류들이 중국 밀수선을 통해 중국을 거쳐 일본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당 중앙에서는 앞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면서 뒤에서는 남조선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간 의류 제품과 전자 제품을 중국으로 밀수출해 절반 값으로 처분했다"면서 "그것도 모자라 개성공단 설비까지 무단으로 이전해 외화벌이에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또 "사정이 이러한데 만약 가까운 기일 안에 남조선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면 공단 설비들이 없어진 사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고 우리가 망신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당국이 남조선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당장은 허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했다. 정부는 기업인들의 방북과 관련해 "북측과 필요한 접촉과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주일이 지난 23일 현재 기업인들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RFA는 지난 2017년에도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 19개 의류공장을 은밀히 가동해 내수용 의류와 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에 대해 북한은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며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시설 몰수 조치 후 자신들이 설비를 가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3/2019052302608.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