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열 살 딸 둔 엄마의 호소]
"중국 공안에 잡힌 것 같은데… 외교부, 공문 보내는 것 말곤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하더라"
 

북한에서 태어난 열 살 최민서(가명)양은 외삼촌과 함께 지난 4월 초 압록강을 건넜다. 2016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엄마·아빠를 만나기 위해서다. 딸의 탈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빠 최모(32)씨는 경기도 평택의 한 할인점에서 물건을 배달하고, 엄마 강모(31)씨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부모는 딸이 북한을 빠져나온 직후 전화로 딸 목소리를 들었다. 3년 만이었다. 엄마는 휴대전화 배경 화면을 탈북 브로커가 찍어서 보내준 딸 사진으로 바꿨다. 침대와 옷장을 사서 집에 딸의 방을 꾸몄다.
 
최양과 외삼촌은 다른 탈북자 5명과 함께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도착했다. 지난 26일 오후 4시 딸과 부모는 마지막 통화를 했다. 5월이 생일인 민서에게 '갖고 싶은 게 없느냐'고 하자 딸은 "선물은 필요 없고 빨리 엄마 아빠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같이 있는 외삼촌 말 잘 들으면 금방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의 꿈은 이틀 만에 악몽이 됐다. 지난 28일 오후 7시 최양을 안내하던 탈북 브로커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이 잡힌 것 같다. 아침에 연락이 안 돼 가보니 방 안이 엉망이고 사람이 없었다." 누구 신고로 누가 데려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브로커는 최양 부모에게 흐트러진 이부자리와 주인 잃은 짐가방 사진을 보내왔다.

최양 부모의 부탁을 받은 교회 관계자가 그날 밤 주(駐)선양 한국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영사관 직원은 "중국 공안(경찰)에 확인 요청 공문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날 밤 부부는 잠을 자지 못했다.

29일 아침 평택 집에서 출발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달려갔다. 1층 안내 직원은 부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전날 문의했던 선양 한국총영사관 번호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했다.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다.

"목사님, 공안에 잡힌 지 48시간 지나면 빼내기 어렵다는데 어떡해요?" 부부의 연락을 받고 온 송은혜 목사가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에 가보자고 했다. 송 목사는 부부가 다니는 교회 담임 목사로, 탈북자 출신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 관계자는 "유엔 이름으로 중국 정부에 북송(北送)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부부는 외교부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이날 오후 다시 외교부 청사를 찾았다. 외교부 직원은 "중국에 공문을 보내 알아봐 달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면담을 마친 부부는 북한 인권 운동을 해온 변호사가 있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를 찾아 "아이 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마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행사 참석차 프레스센터를 방문했다. 부부는 김 장관에게 달려가 "우리 딸이 꼭 한국에 올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김 장관은 "외교부에 잘 이야기 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떠났다. 엄마 강씨는 "딸은 3년 동안 돈 벌러 간 엄마 아빠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한국에 오지 못하면 뭐라 설명해줘야 하느냐"고 했다.

북한 인권 단체인 '북한정의연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정부는 아동 권리 보호 조약과 국제 난민에 관한 협약에 따라 최양을 강제 북송하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며 "사선을 넘은 우리 국민을 구출하는 것은 응당한 대한민국의 의무임을 정부가 자각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관련 사항을 인지하는 즉시 필요한 조처를 해오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30/20190430001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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