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문가 강동완 교수의 사진집… 주민들 비참한 생활 그대로 담겨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 지역에 철조망을 세우고 사람 모형의 사격 표적판까지 세운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대북 제재 장기화로 탈북하려는 주민들이 증가하자 초강경 조치를 취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에 주민뿐 아니라 김정은이 최근 시찰했던 북한군 부대의 군인들도 심각한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중 국경인 양강도 혜산 지역 국경 철조망에는 두 손과 발이 뒤로 묶인 채 기둥에 매달린 사람의 모습을 형상한 표적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중간과 사격장으로 보이는 다른 장소에도 같은 모형의 여러 표적이 서 있었다. 섬뜩한 이 표적물은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사격 연습용 표적지(목표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장면은 북한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최근 펴낸 사진집 '그들만의 평양'에 반영됐다. 이 사진집에는 강 교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북·중 국경 지역에서 촬영한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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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표적판…창문 없는 '누더기 아파트' - 철조망이 설치된 북·중 국경 지대에 사람 모양의 사격 표적판이 세워져 있다. 북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의 사격 연습용 표적지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주민들의 탈북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로 알려졌다. 왼쪽 작은 사진은 표적판을 확대한 모습. 오른쪽 사진은 압록강·두만강 사이 백두산 성지의 관문인 양강도 혜산에 있는 한 아파트의 모습이다. 아파트 창문 대부분은 유리창 없이 뚫려 있고 외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얼룩져 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이 같은 장면을 담은 사진집 '그들만의 평양'을 최근 출간했다. /강동완 교수
강 교수는 "조국의 반역자로 불리는 탈북자를 즉각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정보가 간접적으로 전해진 적은 있지만 실제 목격한 적은 처음"이라며 "이 표적지를 세운 것은 실제 탈북이 이뤄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사격 연습을 한다는 것인데 탈북하는 주민에게는 쏘겠다는 섬뜩한 경고 문구"라고 했다.

영하 30도의 추운 겨울에 차디찬 압록강에서 북한 여성들이 두꺼운 얼음장을 깨고 빨래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기관차 위에 위태롭게 선 주민들과 화물칸 위에 짐짝처럼 버려진 주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자강도 만포 지역에서 양강도 혜산을 향하는 철로에는 한국에서 생산된 '현대' 포클레인의 모습도 포착됐다.

압록강 전 지역에 촘촘히 드리운 철조망과 국경경비대 북한 군인의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밤에 촬영한 국경 도시 신의주의 모습은 어둠 속에 잠긴 도시 가운데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와 김정은 우상화 선전물만 밝게 빛나고 있었다. 북한이 백두 성지의 관문으로 부르는 양강도 혜산의 낡은 아파트는 평양의 아파트와 대비하면 지극히 초라했다. 강 교수는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마치 '외눈박이 사랑'처럼 북한이 아닌 평양에만 사람들의 눈길이 쏠리고, 사악한 독재자는 인격적이고 예의 바른 인물로 미화되었다"며 "그러나 북·중 국경에서 바라본 '인민의 낙원'에는 인민이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지난 17일 방문해 신형 전술 무기 시험 발사를 참관하고 지도했다는 북한 항공군 1017부대의 군인들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비행사 외에 비행장에서 복무하는 수많은 병사는 2·8절(군 창건일)을 비롯한 국가 명절에나 고기맛을 볼 수 있다"면서 "하루 세 끼 옥수수밥으로 연명하고 있어 허기증과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지난 21일 평안남도·함경북도·양강도·나선시에서 자력갱생 노선을 받들겠다는 결의대회가 열렸다. 지난 18일 강원도를 시작으로 19일에는 평양시·평안북도·황해남도·황해북도 등에서 결의대회가 열린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군중대회까지 열어가며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건 주민들에게 '경제난을 각오하라'는 메시지를 다시 던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북한이 '버티기' 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23/20190423000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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