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사격 실험한 신형 전술 유도 무기가 무엇인지를 두고 한·미·일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 발사한 신형 무기가 중·단거리 미사일일 경우 북한이 말했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18일 "신형 전술 유도 무기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면서도 구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사거리 짧고 비행 고도 낮았던 듯

군 소식통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실험한 신형 무기는 비행 고도가 낮고 거리도 짧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행 거리가 길고 고도가 높으면 우리나라의 그린파인 조기 경보 레이더를 비롯, 미·일 레이더망과 위성 등에 잡혔을 가능성이 높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이번 신형 무기는 한·미·일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거리 20~30㎞의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과 비슷한 단거리 전술 유도미사일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스파이크 미사일은 원래 대전차(對戰車) 미사일로 개발됐지만 함정, 해안포 등 다양한 지상 및 해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북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스칸데르급(級)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러시아가 개발한 SS-26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사거리 500㎞로 일반적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독특한 비행 궤도 때문에 패트리엇이나 사드로도 요격이 어렵다. 다만 이 미사일이 실제로 200~300㎞ 이상을 비행했다면 한·미·일 레이더망에 잡혀야 했다. 이에 대해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언급한 '특수한 비행 유도 방식'은 이스칸데르의 비행 방식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사일 사거리를 대폭 줄여 쐈다면 고도가 낮아 한·미·일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용도의 개량형 순항미사일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북한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 신무기는 지상, 해상, 공중 등 다양한 목표물에 대해 발사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거리 130㎞인 금성-3형 지대함(地對艦) 순항미사일 개량형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 속보로 보도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

김정은이 신형 전술 유도 무기의 사격 실험을 지도했다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백악관과 미국 언론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긴급 보도'로 이 사실을 전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과거 "더 이상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은 없다"고 했던 발언을 반복해 보여주며 북한이 새로운 도발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북한의 발표와 관련한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곧바로 "보도를 알고 있다.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과 관련한 보도에 거의 대응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협상 판을 깨지는 않겠지만, 이번 발사 실험을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NYT는 "협상이 재개되지 않으면 다시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고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WSJ는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을 향해 (북한의) 확고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전문가를 인용해 "김정은은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판돈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고 했다.

북한 '우리 민족끼리'는 이날 최근 포항에서 진행된 한국군 육해공 합동 상륙 훈련과 지난 3월 미 태평양 해병 부대의 한국 전개 훈련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참은 이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9/20190419002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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