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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에게 北 편에 서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 김정은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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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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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 수뇌회담(미·북 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책임을 미국에 지우면서 만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생각을 고쳐먹는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국제 정세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김정은의 말만 듣는다면 세계 초강대국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는 줄 알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김정은은 "국가와 인민의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의 '근본 이익과 관련된 문제'는 핵 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했던 북핵의 완전한 폐기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믿어 달라며 "뭐 하러 핵 가지고 어렵게 살겠나" "내 자식들이 핵을 지고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던 말들은 결국 다 속임수였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핵폭탄에 당하고 싶지 않으면 북한 편에 서서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라는 것이다. 미·북 협상 구도를 복원하기 위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렇게 미·북 사이에 서려 하지 말고 확실하게 북쪽 편을 들라는 뜻이다. 영변 핵 시설 해체와 대북 제재 사실상의 전면 해제를 맞바꾸자는 자신의 '가짜 비핵화'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라는 주문이다.

대한민국은 북핵의 최대 피해 당사자다. 혹시라도 미국이 적당한 선에서 북한과 타협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끝까지 관철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반대로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게 해달라"고 조르려고 미국까지 달려가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을 모두 없애는 빅딜을 해야 하고 그때까지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거부했다. 그러니 미 상원 의원들이 "한국의 역할은 미·북 간의 중재자가 아니라 미국의 동맹"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급기야 가해자인 북까지 피해자인 한국에 자신들 편을 들라는 황당한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김정은의 연설엔 궁지에 몰린 스스로의 처지를 눈속임하려는 허세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 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는 건 반대로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보겠다"는 대목에서는 제재의 고통을 장기간 버티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2017년부터 실질적으로 북을 옥죄기 시작한 제재 효과가 1~2년 더 지속되면 북으로 하여금 진짜 비핵화를 결심하도록 만들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어설픈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며 대북 압박 전선을 흐트러뜨릴 때가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14/20190414018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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