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북한은 최근 겉과 속이 판이한 '야누수의 두 얼굴'을 드러냈다. 북한은 이전에도 남북 대화와 이산가족 상봉 등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다가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저질렀다. 지난해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불어왔던 봄바람으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바람은 허상(虛想)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합의 불발로 북한의 숨은 의도가 드러났다. 북한이 내놓은 비핵화의 실체는 우리가 원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는 완전히 달랐다. 북한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것이 야누스의 앞모습이라면,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는 뒷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1차 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보여주기식 가면에 불과했고, 2차 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북한의 야누스적 민낯은 속속 드러났다.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하노이 회담까지 8개월 동안 핵무기 6기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했고,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정상 가동 상태로 되돌렸다. 해 상에서 유류를 불법 환적하고, 해외 무기 판매 등으로 유엔 제재를 위반했다.

결국 지난해 북한이 약속했던 비핵화는 듣기 좋은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이 밝혀졌다. 더 이상 완전한 비핵화 의사가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북한의 제스처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평화를 외칠수록 경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70년 남북 관계사가 주는 교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9/201904090331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