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北대화 재개에 초점 맞춰 단계적 제재 완화 필요성 강조
미국, 제재 완화 풀어줄 생각 없고 방위비 인상 압박할 가능성 커
북한, 11일 인민회의… 양국 회담 보며 비핵화 대외정책 밝힐 듯
 

오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 한·미가 입장 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북 대화의 '촉진자'를 자처하는 우리 정부가 양국 대화 재개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부터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문 대통령을 압박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한·미 간엔 제재에 관한 입장 차가 큰 데다 정상회담 목표 지점도 달라 회담의 초점이 어긋날 수 있다"고 했다.

◇韓 '미·북 대화 재개', 美 '인도태평양전략·방위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대화 재개를 위한 단계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폐기 조치 외 '플러스 알파(+a)'가 필요하다고 북한을 설득할 테니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합의 후 단계적 이행'으로 가자"는 취지다. 청와대가 최근 언급한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괜찮은 거래)' '조기 수확(early harvest)론'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가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5일 "궁극적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미
외교가에선 오히려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관심이 한·미·일 안보 협력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한·미 방위비 인상에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앞서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 보도 자료에서 "한·미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국의 신남방정책, 한·미·일 3각 공조 전반에 걸친 양측의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방위비 인상을 재차 압박하면서 올해 협상을 재개하는 한국 측에도 방위비 인상을 압박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가 생각하는 비핵화의 큰 방향이 일치한다는 점과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첫 정상회담 때 자동차·철강 문제를 꺼내 든 것처럼 이번에도 안보 문제를 경제와 연계해 방위비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北 최고인민회의도 변수

한·미 정상회담과 같은 날(11일) 먼저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도 변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비핵화를 비롯한 대외 정책 기조를 밝힐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만일 비핵화 협상 대신 핵·미사일 개발로 유턴한다면 한·미 정상회담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의사가 없고, 비핵화 협상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기본적인 대외 정책 기조만 발표하고, 향후 '큰 방향 전환' 여부를 논의할 것이란 얘기다.

북한은 대외 선전 매체를 통한 대미·대남 비방은 계속하 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8일 한국군의 독자 훈련을 비난하며 "북남 선언들을 스스로 부정하고 제 손으로 뒤엎는 무분별한 행위"라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 정부로선 결국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며 "대북 특사 카드 검토, 4·27 판문점 회담 1주년을 즈음한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 타진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9/20190409002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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