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대학가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낸 것처럼 작성된 대자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와 11시쯤 남구 부경대학교와 사상구 신라대학교에 ‘남조선 체제를 전복하자’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대자보가 붙어 있는 것을 학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31일 부산 대학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대협 명의로 작성된 대자보.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김정은과 전대협 명의로 작성된 대자보는 가로 55㎝, 세로 80㎝ 크기 2장 분량이다. 대자보에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이윤추구를 박살냈다’ ‘최저임금을 높여 고된 노동에 신음하는 청년들을 영원히 쉬게 해줬다’ 등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대자보를 붙인 단체의 설립배경과 구성원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단체는 1987년 결성돼 이미 해체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약칭인 ‘전대협’의 이름을 가져와 사용하는 상황이다. 과거 활동했던 전대협과는 관련이 없는 ‘반(反) 문재인 결사체’를 표방하는 보수단체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전국 450여개 대학에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12일 전대협은 ‘국가원수 모독한 나경원을 처형하라’는 논평을 내고 "(남조선 인민 해방을 위한) 사회주의 혁명의 완성이 코 앞에 다가왔다"며 "113석을 차지하고 있는 친일적폐수구꼴통 자유한국당 무리를 총선에서 완전히 박멸하고 개헌저지선을 무너뜨려 문재인 대통령의 혁명과업을 임기 내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 지역 대학가에서 발견된 대자보는 앞서 이날 목포와 순천 등 전남 지역 대학 7곳 게시판에서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검토한 결과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이적표현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신고 직후 대자보를 회수하고, 지문 감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1/20190401007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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