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재 없어 줄줄이 가동중단 "지시할 때까지 출근하지 말라"
신흥부자 압박… 자살 잇따라
 

북한이 고강도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현 상황을 '공화국 역사에서 가장 엄혹한 시련'으로 규정한 가운데 최근 평양의 대형 공장들이 노동자들에게 "일거리가 없으니 출근하지 말고 장사로 각자 도생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 사업으로 꼽히는 평양 '여명거리'에서 돈주(신흥부자)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경제뿐 아니라 김정은 집권 후 반짝 호황을 누리던 평양까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 완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평양 사정을 잘 아는 대북 소식통은 25일 "평양방직공장, 평양필름공장, 평양곡산공장, 평양타이어공장, 평양베어링공장을 비롯한 대형 공장들이 전기와 자재가 없어 3월 초부터 줄줄이 생산이 중단됐다"며 "노동자들에게 월급과 식량 배급을 주지 못하자 '당분간 출근하지 말고 자체로 장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공장 경영 자율화 조치 이후 공장들이 자체적으로 생산 활동을 통해 월급과 식량을 배급해 왔다"면서 "경영 악화로 인해 스스로 가동을 멈춘 것"이라고 했다. 직장에서 내몰린 노동자들이 대거 평양과 인근 장마당으로 나오면서 대형 장마당의 자릿세가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여명거리'에서는 최근 당국의 압박에 내몰린 돈주가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3월에만 여명거리에서 3건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며 "김정은의 '부패와의 전쟁' 표적이 된 돈주들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농구 교사로 알려진 최부일 인민보안상이 돈주들에 대한 부패수사를 밀어붙이면서 대형 돈주들이 표적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북한은 부족한 재정을 (반부패 운동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며 "기득권층을 숙청하면서 압수한 금액만 수백만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대북 제재로 돈벌이가 막힌 사람들이 마약 장사에 몰리자 북한 당국이 대대적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최근 마약 단속을 하는 과정에 잡힌 마약범들 가운데 평양 방어사령부와 호위사령부의 군관도 상당수 포함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장기화로 북한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접어들면서 내부 동요가 확산되는 조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현 제재 국면이 6·25전쟁 직후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어렵다" 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북한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 급감했다. 올 1월 북·중 무역액 역시 전년 동월보다 8.4% 감소했다. 북 당국은 올 들어 식량난이 가중되자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자력갱생 전략이 밑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올해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022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