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하노이 선언’을 앞두고 미 의회에서 성과만을 위한 섣부른 합의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전임 행정부 관료들은 북한은 합의를 쉽게 뒤집는다면서 신의 없는 북한의 작은 조치에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7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가 북한에 너무 일찍 많은 양보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은 양보할 듯 합의를 내놓고 언제든 뒤집는 데에 숙련된 달인"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소한의 양보로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가’라는 에드 마키 상원의원의 질문에는 "그것이 명백한 북한의 각본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한국이나 일본 등 동맹국들을 향한 미국의 약속에 대해 의구심을 씨앗을 뿌리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7일 오후 2차 미·북 정상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백악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는 미국이 인권 문제를 더 강력하게 제기해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문제는 그 자체의 중요성 때문에라도 반드시 제기해야 하는 문제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 망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들리 전 NSC 보좌관은 그러면서 "인권을 포함한 모든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과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단계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해들리 전 NSC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계적인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종전 선언과 관계 정상화 조치를 하는 대가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해체 등을 얻어내겠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미·북 대화 국면에서 김정은의 위상을 높여주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승자는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는 "김정은이 이겼다고 생각한다"며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은 한국·일본 등 동맹국과의 연합훈련을 내줬지만 비핵화 정의·검증 등 미국이 필요로 한 것은 얻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1980년대 옛 소련과의 군축 협상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 발언을 언급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증과 로드맵, 즉 청사 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마이클 매콜(공화·텍사스) 의원은 과거 미국의 행정부들도 북한과의 협상에 실패했다며 북한 정권은 대북 제재 완화를 대가로 텅 빈 약속을 해왔던 전례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기 전까지 최대 압박 전략을 지속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8/20190228007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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