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괴한 난입…4시간 머물며 컴퓨터 훔쳐 달아나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해놓고 대사관에 있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훔쳐 달아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괴한들은 무려 4시간이나 대사관에 머물렀는데, 이들이 빠져나간 후에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아 사건 배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현지 언론 ‘엘 콘피덴시알’을 통해 보도된 이 사건에 대해 외교부 측으로부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주(駐)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신원 미상의 괴한들이 들이닥친 것은 지난 22일이었다.

당시 한 여성 직원이 스스로 결박을 풀고 밖으로 나와 한국어로 소리치며 도움을 청했고, 고함을 들은 한 주민이 스페인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대사관 문을 두드리자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수상하다고 생각한 경찰관들이 잠복해 있자 잠시 후 대사관 정문이 열리고 차량 두 대가 달아났다. 차량 운전자 중에는 직원처럼 보였던 괴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경찰은 단순 강도일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괴한들이 노렸던 정보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은 2013년 정식 개설됐다. 지난 2017년 9월 스페인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에 항의해 당시 김혁철 대사를 추방하면서 현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은 공식적으로는 상무관 단 1명뿐이다.

괴한들에 결박당했던 직원들은 실제 대사관 직원이 아니라 이 상무관의 가족 내지는 행정보조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