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베트남 접경 경협 벤치마킹하나...일대일로 편입
변경 호시무역⋅초국경 경제협력구 등으로 탈빈 넘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열차인 ‘1호 열차"가 중국을 종단하고 있다. 23일 오후 5시(현지시간) 북한 평양을 출발해 당일 오후 9시 20분께 북⋅중 접경인 단둥(丹東)을 통과한 1호 열차는 선양(瀋陽)에서 베이징을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텐진(天津) 정저우(鄭州)를 거쳐 남하중이다. 대륙을 관통하는 1호 열차는 25일 저녁 베트남과 접경인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핑상(憑祥)을 지나 26일 베트남 동당까지 간 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까지 차로 이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4시간 거리의 하늘 길을 마다하고 60시간이 걸리는 4500km의 육로행을 택한 건 ‘비 상식적 일정’으로 보인다. 중국은 춘제(설날) 연휴 특별수송시간이 3월 1일 끝난다. 중국에서만 1호 열차가 운행되는 40여시간 곳곳에 일반 열차 운행중단 공고가 수시로 이어지며 ‘인민’의 불만이 웨이보 등 SNS에 올라오고 있다. 한국의 청와대에 해당되는 중난하이(中南海) 입구에 쓰여있는‘인민을 위해 봉사한다(爲人民服務)’ 가 무색해진다.

김 위원장의 상식을 깬 ‘대륙 종단 열차 행군’ 배경은 △27, 28일 미북 2차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세계의 스포트라이트 받기 △중국이란 ‘뒷배’가 있다는 북⋅중 혈맹 과시 △55년 전 광저우까지 열차를 타고 갔다가 비행기로 베트남을 찾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따라하기로 정통성 부각 △항로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비행기보다 장갑차 수준 방탄 열차의 안전 우선 고려 등 다목적 ‘정치 포석’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대륙 열차 행군의 ‘경제 포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잇단 담판으로 대외 환경의 안정을 추구하면서 1년새 4차례나 방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경제협력을 부각시켜왔다. 중국이 40여년전 11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 개막 이틀전인 1978년 12월 16일 미⋅중 수교를 1979년 1월 1일 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뒤 개혁개방 노선을 천명한 것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을 위해 25일 하노이로 떠난다고 24일 트위터에 쓰면서 "김 위원장은 핵무기가 없다면 북한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의) 위치와 국민 그리고 김정은 때문에, 북한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고속성장할 잠재력을 더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과 접경한 광시에는 곳곳에 베트남의 싼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서비스 센터가 운영중이다. /핑상(광시)=오광진 특파원

중국의 벽지 광시까지 열차로 가는 행군을 택한 경제적 배경은 중⋅베트남 변경 협력 배우기다. 중국과 베트남이 윈윈하는 변경 경협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해 북⋅중 경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육로로 14개국과 접경하고 있다. 북쪽의 시작점은 북한과 접경한 랴오닝(遼寧)성에, 남쪽의 마지막점은 바로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광시에 있다. 북중 접경은 1420km, 중⋅베트남은 1300km에 걸쳐있다.김 위원장은 지난해 미·북 정상회담(6월12일)과 3차 방중(6월19~20일) 이후 첫 국내 활동으로 중국 단둥과 접경한 신도군 화섬공장과 신의주 화장품공장 등을 시찰했다.

♢ 중⋅베트남 변경 북⋅중 변경 미래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도착할 광시 핑상에 있는 요우이 세관. 베트남을 오가는 트럭으로 늘 붐빈다. /핑상(광시)=오광진 특파원

중국은 베트남과 전쟁을 할 만큼 관계가 악화되던 1978년 광시 지역 세관을 모두 폐쇄했지만 1994년 다시 개통했다. 교역 수요가 늘자 세관을 새로 세우거나 키우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중⋅베트남 호시(互市)무역구에 활기가 돌고 변경 경제협력구와 초국경 경제협력구 개발이 한창이다. 광시에만 25개 호시 무역구가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상인 14곳이 충줘(崇左)시에 있고, 1호열차가 지나는 핑상은 충줘시 산하 현급 도시로 4개 호시무역구를 운영중이다.

중국은 변경지역에 집중된 빈곤층을 돕기 위해 변경주민에 한해 하루 8000위안(약 136만원)어치 외국제품을 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서 변경 호시무역구를 조성했다. 중국과 베트남 교역이 활성화되면서 변경 호시무역구가 중국의 탈빈곤 사업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7월 찾았던 핑상 인근 바이서(百色)시의 룽방(龍邦) 세관 내 호시무역구에선 결제 창구 앞에 변경주민들이 길게 줄지어 선 모습이 보였다. 2015년 10월 조성된 단둥 북⋅중 호시무역구의 썰렁한 모습과 대조된다.

핑상은 ‘중국 과일의 도시’로도 불린다. 핑상 세관들을 통한 수입 과일은 중국 전체 수입 열대과일의 43%에 달한다. 2011년 개통한 핑상종합보세구를 거쳐가는 통관 트럭이 2012년만 해도 하루 400대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700대 수준으로 늘었다.

이 보세구에서 만났던 화타이(華泰)국제의 차오광화(曺光華) 부총경리(부사장)는 "베트남에 삼성 휴대폰 공장처럼 제조업 기반이 확대되면서 중국의 원부자재 수입 수요가 늘고 있고, 양국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고급 과일과 완구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일감이 늘어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핑상의 요우이(友誼)세관은 양국 공동 검역소도 만들고 있다. 핑상 관계자들은 세관, 과일 가공, 물류, 관광까지 아우르는 변경경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 광시 변경 특구 곳곳 개발...중국 낙후지역 활성화 기여
 
2011년 개통한 핑상 종합보세구는 베트남과의 교역 활성화 덕에 급성장하고 있다. /핑상(광시)=오광진 특파원

중국과 베트남의 자본 인력 시장을 공유하는 경제협력 단지 조성도 활발하다. 핑상 둥싱(東興) 룽방 등 광시 곳곳의 베트남 접경지역에서 초국경 경제협력구와 변경 경제협력구 등이 조성되고 있다. 초국경 경제협력구는 양국 세관 지역에 위치해 있어야 하고, 변경 경제협력구는 접경 인근 지역에만 조성되면 된다. 초국경 경제협력구를 만드는 배경 중 하나가 중국 인건비의 3분의 1수준인 베트남의 인력 활용이다.
 

 
베트남과 접경한 중국 광시 곳곳에는 초국경 특구 건설이 한창이다. 위는 핑상에서,아래는 둥싱에서 추진중인 초국경 경제협력구 청사진을 관계자가 소개하는 모습 /광시=오광진 특파원

중국 베트남 관광시장을 확대하는 변경 관광시험구도 조성되고 있다. 광시는 작년 3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국무원(중앙정부)으로부터 둥싱⋅뭉카이 변경 관광시험구를 승인받았다. 룽방에서도 중국쪽에 고급 호텔을 짓고, 베트남에 골프장을 세우는 변경 관광시험구가 추진중이다. 중국에서 골프장 신규건설을 불허하고 있는 현실과 변경 관광시험구에서는 관광객이 중국과 베트남 지역에 관계없이 오갈 수 있는 것을 감안했다.

광시의 전체 관광객수를 2017년 5억2300만명에서 2020년 8억명으로 늘리는 관광활성화 사업의 한축으로 베트남과의 연계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2012년 신분증만 제출하면 당일 여행이 가능한 제도를 시행한데 이어 지난해 6월에 베트남 자가용 여행까지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인프라 확충도 한창이다. 광시와 베트남을 잇는 3고(3개 고속도로), 2철(2개 철도), 3교(3개 다리)가 대표적이다.

팡청강(防城港)시의 둥싱과 베트남 국경을 가로지르는 베이룬(北侖)강에 2017년 세워진 제2 베이룬교도 이중 하나다. 제2 베이룬교엔 중국 쪽에 새 둥싱 세관건물이 지난해 세워졌고, 베트남쪽에서도 세관 공사가 진행중이다. 베트남과 고속도로, 철도로 모두 연결되는 지역은 핑상과 둥싱 2곳이다.

북⋅중 경협은 북한 경제 지원만을 의미지 않는다. 낙후된 중국 변경의 지역 경제 살리기 차원도 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6월 발표한 외자유치 촉진 조치에 변경 지역 투자 외자기업을 우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부 지역과 동북 옛 공업기지 외자 유치 대목에서 회사 등록 지역과 주요 생산지가 모두 변경 경제협력구나 초국경 경제협력구에 있는, 조건이 부합되는 내⋅외자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외자기업이 중국 증시에 직상장한 선례는 없다.

또 서부지역과 동북 옛 공업기지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해외에서 위안화 또는 외화(달러 등)표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모두 갖고 와 투자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풀리면 북⋅중 경협을 확대할 채비 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광시 지역경제는 베트남과의 교역 활성화로 지난해 6.8% 성장했다. 중국 전체 평균 6.6%를 웃돌았다.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 교역 증가율은 21.2%로 중국의 10대 교역국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북한과 국경을 맞댄 지린(吉林)성은 4.5%, 랴오닝성은 5.7%에 머물렀다. 중국과 북한과의 교역은 지난해 52.4% 감소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5/20190225010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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