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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현] 치킨게임 벌이는 한·일 首長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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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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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아베는 계속 강경… 문 대통령도 지지 세력 결집
새로운 한·일 관계는 아베·문재인 이후에나 가능할 듯
 

정권현 논설위원
정권현 논설위원
지난 3일 일본 공영방송 NHK의 특집 다큐 프로는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일본인 2000명이 참가했고 57명의 전사자가 확인됐다는 내용의 '극비문서'를 입수해 방영했다. 저녁 메인 시간대에 방영된 이 프로에는 미군 요청에 따라 LST(상륙작전용 함정) 선원으로 참전했다는 일본인의 증언과 함께, "식민지 시기 한국 서해의 물길을 잘 아는 일본인 선원들이 꼭 필요했고 그들은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는 미군 장교의 회고가 나온다. 한·일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인 이 시점에 NHK가 왜 이런 방송을 내보냈을까? 그 의도가 궁금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미·일 관계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일본 외교의 전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뿌리를 다시 확인해보자는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종전 선언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딜을 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한·일을 벗어나 미·일 동맹 관계 차원에서 미국에만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대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아베 정부의 외교 자세를 보면 정치 차원의 한·일 교류는 당분간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외교 수장이 "폭거"라면서 비난에 앞장서고, 한국 해군 구축함의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에서는 군사 기밀까지 공개하면서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외치는 일본 정치인들 목소리에는 적대감마저 묻어난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국 내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 집행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지금까지 겪지 못한 상호 보복 조치가 한·일 양국의 숨통을 조이게 될 것이다. 일본은 한국 내 재산을 포기하더라도 응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 1만명 또는 10만명 단위의 중국에서의 보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선택지는 기업 철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투자도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정권은 선거 승리를 위해 강경 분위기를 몰아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손해 볼 것 없다. 지지율 하락을 겪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강하게 나와주면 지지 세력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한국 법원 판결에 불만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못을 박으면서 퇴로를 차단했다.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검경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난데없이 '칼 찬 순사'라는 비유를 써가며 일본을 두들긴다. 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보수 우파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대의명분까지 보태지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순간에 달아올랐다가 식는 이런 대응으로는 일본을 다룰 수가 없다. 일본이 저러니까 대응한다는 피동적인 자세로는 더욱 힘들다. 한국은 일본만 상대하기도 버겁지만 일본은 변화하는 환경이라는 큰 그림에서 한국을 상대한다. 북핵 문제도 그렇다. 일본의 역할이 미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중국 아시아 전체가 일본과 연계해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갈등 속에서 잽싸게 중국을 끌어안았고, 이달 말 미·북 정상회담 장소를 제공한 베트남과는 이미 '느슨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한·일 두 나라를 지지하는 지반 전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일 관계는 갈등을 빚으면서도 두터운 정치 채널로 조정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고 감정과 감정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한·일 관계는 아베 이후, 문재인 이후로 넘겨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직 임기의 반환점도 돌지 않았고, 아베 총리는 내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최장수 총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8/20190218029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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