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택 계명문화대 군사학부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군사학부 교수

북한이 최근 우리 육군이 시행한 대테러 훈련과 혹한기 전술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이 우리 군의 훈련을 전쟁 연습이나 무력 증강 책동, 남북 관계 파국의 불씨라고 주장하는 것은 군의 본분을 무시한 처사다. 군은 국민과 국가와 주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어떤 경우에도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 상시(常時)로 군사훈련에 철저히 임해야 한다.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인 안중근(1879~ 1910) 장군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죽음을 앞두고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라고 썼다. 이 표어는 우리 군의 핵심 가치로 전 장병의 가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나아가 안중근 장군은 '동양평화론'을 통해 한·중·일의 화합과 공동 노력으로 3국이 평화롭게 번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틈만 나면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노력과 어긋나게 행동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과 일본 초계기의 '레이더 조준' 억지 주장 및 저공비행은 중·일의 속내를 잘 보여준다. 중국 군용기는 지난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140여 차례나 무단 침입하고 남중국해에 인공 섬을 건설하는 등 '군사굴기(軍事�起·군사적으로 우뚝 선다는 뜻)'를 본격화하고, 일본도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재무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반도 주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북한은 우리 군의 국방 중기 계획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텔스 전투기 F-35A와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한 최첨단 전략 자산은 동북아 정세 안정 및 힘의 균형에 반드시 필요한 무기다. 현 남북 분위기에서 이런 전략 자산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긴장을 야기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불 필요하고 도발적 행위나 태도를 고려할 때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이 군사력을 키우는데 우리만 전술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과 첨단 무기 도입을 중단하는 것은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훈련은 군을 군대답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우리 군의 연례 군사훈련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의 필요충분조건이자 전쟁 억제 수단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6/20190206014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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